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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탁구 레슨 이야기

2017년 탁구 레슨 이야기 16 - 어룡 레슨을 그만 두고(170606-07)

by 길철현 2017. 6. 6.


엉덩이 부위의 근육통이 완쾌가 된 것은 아니지만 다시 탁구를 시작했고, 예전처럼 내가 가입한 카페나 페이스북에 이 블로그에 쓴 글들의 주소를 올리지는 않지만, 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재개를 했는데, 유독 탁구 관련글에는 침묵이 좀 더 길었다. 몸이 온전치 않다는 것, 정신적인 허약감, 레슨에서 오는 스트레스, 논문에 대한 중압감 등등이 탁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했다.


(어젯밤의 꿈은 내 안의 무력감이나 좌절감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는 그런 것이었다. 기차표를 7시에서 9시로 바꾸려는데 휴대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역의 직원과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물론 어제 꿈은 지난 5개월 동안 레슨을 해왔던 의정부의 [어룡 탁구장]을 그만 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그런 것이다. 


레슨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즐겨하던 운동으로 돈까지 번다는 것(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이 좋았고, 코치로서 탁구장을 활성화 시키려 나름대로 애도 많이 썼다. 하지만 낮반을 맡아 하던 분이 그만 두면서 낮반 레슨도 맡게 되자, 육체적 부담이 가중되었는데, 그에 비해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처음에는 즐거움이었던 레슨이 차츰 노동의 성격이 강해지고, 거기다 육체적 통증까지 동반되자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다. (또 탁구장 청소 문제도 부담이 되었다. 원래 청소는 낮반을 맡아 하던 분이 주로 했는데, 관장님은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청소가 제 때에 되지 않으니 코치된 입장으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청소라는 것이 한다고 누가 잘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안 하면 확 표시가 나는 것이라, 회원들 사이에서 말이 돌고.)   거기다 3월 중순부터 상암 고등학교와 도봉구청에서 레슨을 시작하면서 체력적으로 더욱 힘이 들게 되었는데, 심리적으로도 약간의 불안감이 찾아와, 공부를 손에서 놓고 남은 시간은 영화 시청을 하거나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저녁 레슨을 받는 분이 안 그래도 없었는데 처음에 대단히 열성적이었던 초보자 한 분이 더 이상 안 나오고, 결정적으로 처음부터 나에게서 레슨을 받던 여자 분도 레슨을 그만 두겠다고 했다. 이 정도 시점에서 나는 어룡 레슨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레슨이 즐거움에서 노동으로 차츰 성격을 바꾸자, 나는 투자한 노동력과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이라는 현실적인 면을 좀 더 고려하게 되었고, 또 다른 레슨과 강의도 있고 해서 점차적으로 어룡에 나가는 회수를 줄였다. 월, 수, 토 3일을 나가기로 했으나, 토요일은 보충이라 오는 회원도 별로 없고 해서 격주로 나가다가, 5월 정도에 들어서는 토요일에는 나가지 않았다. 


월, 수 이틀만 나가니까 레슨 시간은 효율적으로 운용이 되었다. 1시 반 경에 탁구장에 도착하면 거의 6시 반까지 쉬지 않고 레슨을 했다. 초등 학생 회원들이 네 명으로 늘기도 했는데, 이 학생들은 오자마자 레슨을 받아야 해서 어른 회원들이 밀려서 레슨을 못 받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마음의 문이 나에게 주어진 부분만 하자는 쪽으로 바뀌자 회원 관리를 위해 회원들과 탁구를 치곤 하던 것도 중단하고 말았다.


(글이 너무 딱딱하다. 그것은 어쩌면 마지막 두어 달 정도 어룡에 있을 때의 내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탁구장 운영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도 불분명하고, 그만 두기는 그만 두어야 할 텐데 그 시기를 언제로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때마침 관장님으로부터 낮 레슨을 정리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처음의 열성과 달리 일 주일에 이틀, 낮 시간에 와서 레슨만 하고 가는 것이 구장 운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나로서는 이미 마음을 먹고 있던 터라 오히려 홀가분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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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꾸준히 노력을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기본기를 갖추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3,4개월의 레슨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레슨을 하는 동안은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 했다. 레슨을 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큰 틀에서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미묘한 부분의 문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정확하게 지적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부분은 아마도 레슨 경험을 좀 더 쌓아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리라.


사람마다 운동 신경의 차이가 있고, 또 나이가 든 분들은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실력을 많이 향상시키기가 어렵겠지만 노력에 따른 보답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내 레슨이 회원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고, 이번 기회에 배운 것들을 토대로, 좀 더 깊이 있는, 그리고 핵심에 가닿는 레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급선무는 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