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철학으로/언어철학

루트 베르거.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게 되었을까]. 김희상 옮김. 알마. 2014

by 길철현 2017. 12. 23.


[감상]

인간 언어의 기원을 최근의 연구 동향을 바탕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낸 책이다. 촘스키 주장의 핵심은 '인간이 언어를 갖게 된 것이 돌연변이로 인한 언어 유전자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인간의 언어에는 보편 문법이 주장'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그와 비슷한 유전자를 찾아본다면 FOXP2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의 언어 현상이 어떤 일회적인 급변의 결과라고 보는 것은 경계한다.


완전히 발달한 언어(문법까지 포함)가 단 한 번의 돌연변이 결과일 리 없다. 오히려 단순한 초기 형태에서 점차 발달해왔다고 봐야 한다. 인류의 언어능력과 문법능력도 마찬가지다. 이는 비언어와 언어 사이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초기 형태일지라도 오늘날의 언어에 있는 중요한 요소를 가졌으며, 이것이 강하게 다듬어지면서 더 많은 요소가 따라붙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언어능력이란 임신과는 달리 그저 약간이거나 좀 더 많거나 아주 특별하거나 하는 식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 (309)


필자는 인간 언어의 발달을 진화론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으며, 그 발달의 필요성을 엄마와 아기의 결속과 관련된 욕구에서 찾는 등 감정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이 부분의 이야기는 언어의 기원을 인간의 '생물학적 요구'와 연결시키는 메를로-퐁티나, 감정적 발성(감탄사)에서 찾고 있는 루소의 [언어 기원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 책은 "언어의 기원"이나 "본질" 등에 대한 질문이 무의미한 것도, 또 답을 알 수 없는 공허한 질문도 아니라 어느 정도 유의미한 답변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왔음을 보여준다. 언어가 하이데거의 말처럼 우리 '존재의 집'이라면 우리가 사용하는 이 언어를 잘 이해하는 것 또한 삶의 방향성을 찾는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장] 동물, 인간 그리고 유전자


- 근본 물음: 자연인가 문화인가

(15) 헤르더 - 언어 본능 (이성의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칸트 - 문화의 산물

(17) 아이블 아이베스펠트 - 인간 얼굴 표정의 보편성

두려움이나 기쁨, 놀라움 또는 욕지기 같은 기본 감정을 표현하는 표정은 거의 차이가 없음. 심지어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이어서 다른 사람을 전혀 보지 못한 사람조차 감정에 따른 표정은 똑같음.

(18) 어떤 언어든 모국어는 환경에 따라 정해지는 것일 뿐, 유전자와는 상관이 없음.

(22) 촘스키 : '감수성이 예민한 중요한 시기'에 있는 어린아이의 언어학습능력을 기적이라고 격찬.

(24) 촘스키 파 : 인간의 두뇌에 독특한 '언어 기관'이 따로 있어 인간 언어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것.

(26) 아기가 부모와 교류하며 듣는 어휘의 수(네 살 정도) 3000만 개[300쪽 책 3-5백 권] 아기는 말을 배우는 데 미리 프로그래밍된 문법을 필요로 하지 않음. 아마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지식이 없다면 더욱 잘 배우는 것이 아닐까?

- 1970년대 초까지 촘스키 학파가 '보편적 문법 지식'이라는 모델로 제안한 거의 모든 것은 무수한 반대 사례로 그 실효성을 잃고 맘. 세계의 언어는 너무도 다양한 나머지 그 어떤 공통분모도 끌어낼 수 없음.

(29) 아이를 언어 천재라 평가한 통설 - 잘못된 추론. 나이가 많은 학생 -언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는 주장 근거가 희박.

- 시간과 노력의 부족.

(31) 촘스키 반대파: 데이비드 버드송. 수 새비지럼보(32- 인간은 어려서부터 사회적 능력, 곧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모든 능력을 배우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언어와 같은 소통능력을 빨리 깨우침.)

(39) 페퍼버그(앵무새 연구) - 어느 정도 발달한 동물 뇌의 보편적인 지능이면 언어와 비슷한 소통체계의 기본 바탕을 훈련으로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56) 침팬지와 다른 모든 유인원은 기억력이 좋으며 계획을 할 줄 알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물건을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움에 중요한 비교적 긴 어린 시절을 겪는다.

(57) 인간의 언어는 유인원과 원숭이 사이에서 이미 성립해 있던 소통능력이 더욱 발전한 결과다.


-말하는 원숭이에서 언어 유전자로: FOXP2 유전자의 기묘한 역사

(62) 브로카 실어증 (좌반구 대뇌피질의 전두엽에 위치) 더듬거리며 짤막한 단문으로만 의사 표시를 하고 문법을 무시하며 복잡한 문장은 잘 이해하지 못함.

(67) 리버먼 - 에베레스트 산 테스트에서 가벼운 발음장애를 보이는 등산가는 아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을 깨우치는 데에도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 냄.

(1990년대 말 - 인간 언어의 발음과 문법은 상당 부분 기저핵에 의존.)

(72) FOXP2 - 언어 유전자 가운데 하나

(73) 꼬리핵과 이에 연결된 두뇌 부위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FOXP2가 필요하다!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소리를 내는 능력이 위협을 받는다. 다시 말해서 FOXP2가 없다면 언어도 없다.

(78) 아프리카 출신의 호모 사피엔스가 원주민인 네안데르탈 인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언어 때문이라는 것.


2장. 말하는 유골

(87) 아기의 두뇌에 언어 학습 프로그램이 없다면 어떻게 언어의 소리를 기본 음절로 분류 - 어른들의 도움.

(106)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그 언젠가 언어와 관련해 호흡을 조절할 섬세한 방법을 터득. 처음으로 단어가 등장한 때는 호흡으로 숨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된 순간이 분명. 섬세하게 의미를 가다듬은 문장을 구사하게 된 것은 사회생활에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 의사 표현에 능한 사람은 이성을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아 더 많은 후손을 낳았을 것. [호흡 조절 능력의 중요성]

(117) 노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주 높은 고음 주파수를 가려들을 수 있는 청각세표다.

(118) 청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대개 a와 i와 u 같은 모음을 분명히 구분하지만 p와 t와 k는 거의 비슷하게 듣는다. [배음의 문제.]

(121) 자음은 우리가 내는 모든 소리 가운데 인간 언어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을 가짐. 자음은 2-4천 헤르츠 사이의 주파수를 소화할 수 있는 좋은 청력을 요구. 침팬지와 원숭이들은 이 영역의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함.

(130) 언어 발달은 아주 일찍부터, 180만년 전부터 시작. 언어의 초기 형태 또는 전 단계는 생물학적인 종 인간(호모)만큼이나 오래 됨. 전형적인 원숭이 상태에서 인간처럼 보이는 형태로 바뀌는 두뇌의 첫 변화는 시기적으로 언어의 시초와 맞아떨어짐. 언어 발달의 결정적인 행보 10만 년 전 또는 5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에게 일어남. (131)FOXP2라는 인간의 특별한 '언어 유전자'가 대략 10만 년 전에 돌연변이로 나타남.

(132) FOXP2 - 인간과 새의 어린 시절에 활발하게 활동.


3장. 정신의 지문

(142) 이언 데이비드슨, 윌리엄 노블 - 언어의 기반은 상징적 사고(하나의 단어는 그 단어가 나타내는 것의 상징). 생각이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주된 특징. 상징을 만들어낼 줄 아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에서 상징은 곧 그림과 다르지 않음. (카시러가 [인간론]에서 인간의 특징을 '상징을 만드는 존재'라고 하지 않았던가?)

(181) 어려운 언어 과제를 풀 때 두뇌의 여러 부위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남.

(192) 우리 두뇌 전체가 언어 기관이라는 것이 진실. 두뇌가 가진 거의 모든 기능은 저마다 언어에서 일정 부분을 거듬. 아니면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렇게 하거나.

(210) 진화의 과정에서 흔히 일어났던 것이 언어에서도 고스란히 되풀이된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었던 능력, 곧 자연의 사물을 분류하는 능력이 완전히 새로운 과제를 푸는 쪽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사물 분류능력은 단어와 문법 학습능력으로 탈바꿈했다. 오늘날 우리가 자랑하는 분류 열정, 그리고 인간의 생각능력이 이룩한 걸출한 성과는 바로 언어 덕분이다. 인간의 진화 초기에 생겨난 언어는 적자 생존이라는 압박의 산물일 수 있다. 현상을 분류하고 정리할 줄 아는 능력이 뛰어난 선조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촐하게 출발한 언어가 나중에 자동차나 디지털처럼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낳으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으리라.



 4장. 완전히 처음부터

(241) 감탄사 - 발성이 정해지지 않음. 자의적이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들림.

(242) 다윈 : 감탄사의 감정과 얼굴 표정 사이의 필연적인 연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249) 선천적으로 타고난 표정과 발성 신호로 된, 원숭이와 비슷한 소통체계가 바로 언어의 출발점. 팔과 손을 이용하는,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동작이 보충됨. 이런 간단한 신호들이 일종의 기본 단어를 이루고 그 위에 단어들이 계속 축적되면 언어를 빚어냈으리라. [여기서 필자가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부분은 감정의 표현을 언어의 출발로 보는 루소의 [언어 기원론]과 유사한 논지이다.

(255) 여성이 평균적으로 보여주는 더 섬세한 감정 기질은 그만큼 뛰어난 말솜씨의 바탕이다. 한마디로 여성은 말하기를 즐긴다. (어휘수 남성의 1.5배)

(264) 디터 플로크 - 인간이 서로 거울을 보듯 공감(1989)

- 인간 도덕의 근본 원칙, 즉 "네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행하지 말라!"라는 원칙의 두뇌생리적인 토대는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있다.

(265) 대상피질 - 대뇌피질(장기적 이득을 위해 단기적 만족을 참는 것.) [이건 현실원칙과 쾌락원칙]

(268) 촘스키가 옳았다. 우리의 갓난아기가 아인슈타인은 아니라는 그의 말은 맞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전 지식 없는 지능만 가지고 아기가 언어처럼 복잡한 것을 배울 수는 없다. 그러나 평생 글만 읽은 서생 촘스키가 짐작하지 못했던 사실은 지능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은 갓난아기라 할지라도 다른 것은 아주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감정, 그리고 엄마의 품을 갈구하는 욕구다.

(271) 도리스 조나스, 데이비드 조나스  - 감정이 담긴 발성은 엄마와 아기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 [엄마와 아기의 관계에서 언어의 기원을 찾는 것]

(273) 젖먹이의 무의미한 옹알이 - 언어 발생의 기원.

(281) 언어가 일종의 단계를 거치며 발달했다면, 젖먹이의 감정이 담긴 감탄사나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 또는 칭얼거리는 보챔은 온전히 동물 소통에 속함. 발성을 통한 대화 의례, 곧 옹알이가 문법과 전혀 상관없는 것일 수는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언어라고 부르는 것에 이르기 위한 전 단계임은 분명하다.

(294) 로빈 던바 : 언어, 그리고 인간의 지능 전반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에 이바지. 복잡하게 읽힌 관계를 적절히 꾸려가는 것.

(297) 테런스 데이컨 - 일부일처제의 소통 요구가 우리 선조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으며, 간접적으로 언어 재능을 갖추도록 했다고 가정.

5장 실마리들이 하나로 모이다

(307) 언어의 발생 - 호모사피엔스에게 저절로 굴어떨어진 선물(5-20만 년 전) / (309) 인간이 되는 과정의 처음부터 함께하며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침.

(309) 완전히 발달한 언어(문법까지 포함)가 단 한 번의 돌연변이 결과일 리 없다. 오히려 단순한 초기 형태에서 점차 발달해왔다고 봐야 한다. 인류의 언어능력과 문법능력도 마찬가지. 비언어와 언어 사이에 분명한 경계선을 그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함.

(318) 많은 사람들은 엄마와 무력한 아기의 힘든 시절에서 발성을 통한 결속 의례가 생겨났으며 이것이 바로 언어의 기원을 이룬다고 믿는다.

(322) 아무리 늦게 잡아도 180만 년 전에 이미 인류의 신경전달체계는 성대를 자의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이제 모든 영장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사회성을 가지며 최고의 소통능력을 갖춘 원시인, 곧 모든 영장류 가운데 가장 큰 머리를 자랑하는 원시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그 원시인은 태어난 뒤 성장하면서 갈수록 도 좋아지는 학습능력을 보였다. 이들의 두뇌는 모태 바깥에서 그 성숙 과정과 신경전달체계의 상당 부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학습한 것은 두뇌에 더욱 강하게 아로새겨진다.

(324) 언어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우리 선조의 코드는 각 문화와 정신능력에 따라 갈수록 더 정확하고 더 복잡하게 다듬어졌다. 그리고 그 발달 과정은 각 언어마다 다르다. 바로 그래서 동물 소통과 언어 사이에 확연히 갈라지는 경계선을 그을 수가 없는 것이다.  

(326) 언어의 기원 - 190만 년 전 정도/ '언어'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가 60만 년 전에 확실하게 채워진 것. (하이델베르크인 - 폭넓은 어휘력 - 문법이 뒷받침. 자음 사용)

(330) 이 지구에서 자신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하며 상대방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하고 평가할 줄 아는 유일한 존재는 인간.

(332) 스티빈 핑커와 촘스키 학파가 절대적으로 옳았다. 우리에게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언어 본능'이 있음. (본능 - 언어에서 '감정'을 가장 중시한다는 사실.)

(340) 17세기의 어떤 철학자는 자연 상태의 인간이 고독하고 이기적인 맹수라고 믿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모습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공동체를, 나눔을, 서로 위하는 것을 기뻐하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