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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문학작품

찰스 디킨즈- 위대한 유산 (Charles Dickens - Great Expectations. (4) Penguin, Oxford, [1860]

by 길철현 2019. 1. 15.


작년(2018년) 7월에 읽었는데 이제서야 감상을 적는다. (아직도 읽은 책 중에서 정리해야 할 책이 꽤 남아 있다. 읽고 정리하고 하는 습관이 공고해 져야 하는데 게으름과 무력은 너무나도 친숙한 동물성이다.)


이 책은 [독학사]에서 "영국문학개관"을 가르칠 때마다 읽지 않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마음의 부채가 컸었는데, 일단 그 짐은 덜었다(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읽지 않고 가르치는 것이 마음에 큰 부담이었는데, 그 작품은 다 읽긴 했지만, 정리와 감상을 따로 남겨두는 것에는 실패했다). [읽지 못한 숱한 작품들은 대체로 영화를 보고 줄거리를 파악했는데, 이 두 작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해가 가면서 읽은 작품이 늘고는 있다.]


19세기의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영국의 당대 생활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인물로, 끊임없이 샘솟는 상상력과 영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만담가로 디킨즈는 가히 소설계의 셰익스피어라고 할 수 있다. 25년 전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읽은 [데이비드 커퍼필드](David Copperfield)에 흠뻑 취해서 하루에 열 시간 가까이 읽어서 며칠 내에 다 읽은 기억이 아직도 난다. 당시 부족한 영어 실력에도 부족하고, 읽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솜씨는 왜 그가 19세기 중반의 대중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어려운 시절](Hard Times)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좋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영어가 잘 읽히지 않았고, '산업 사회의 병폐'를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별로 와닿지가 않았다(이 작품을 읽을 당시 정신적으로 무력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제목부터 알쏭달쏭한 이 [위대한(막대한) 유산]--Expectations에는 "유산 상속의 기대"라는 뜻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돈이 살아있는 사람에게서(핍은 미스 해비샴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매그위치) 나왔기 때문에, 번역이 부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죽고 나서 물려받을 기대라는 뜻도 없는 것은 아니기에 유산이 산으로 간 번역은 아니기는 하다. Great도 번역이 어려운데, 이 단어는 우리말로  대체로 "위대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단순히 "크다"라는 의미가 큰 비중을 차지할 때도 있다. 이 작품에서의 Great는 후자의 의미가 강하고, 전자의 의미가 있다면 그건 약간 아이러니가 들어간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은 디킨즈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짜여진 전형적인 성장소설이다. 엄마 같은 누나와 자형과 함께 사는 무일푼인 고아 핍이 우연찮게 탈옥수를 도와주고, 그 덕택에 나중에 매년 상당한 돈을 받게 되고(핍은 꿈에도 그 돈이 죄수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친분이 있던 부유한 여성인 해비샴이 준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돈으로 신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가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뼈대인데, 그 와중에 핍과 가난하지만 다정다감하고하고 심지가 올곧은 자형 조와의 관계, 해비샴의 인형으로 그녀의 복수의 수단이 되는 에스텔라와의 관계 등등 호흡이 긴 장편이라 온갖 인간사가 다루어진다. 디킨즈 특유의 감상성도 이 작품에는 그렇게 두드러지지는 않고(조의 묘사가 그런 면이 많다), 우연성도 생각만큼 많지는 않아서 현대 독자들이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하긴 현재의 안방 드라마는 우연과 감정과잉과 출생의 비밀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에 끌리기 마련인 모양이다).


핍이 정신적 성숙을 이루는 것은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오이디푸스 과정, 다른 말로 바꾸자면 인간이 '사회화'되는 과정으로도 해석된다(아버지의 위치에 있는 매그위치의 죽음이나, 에스텔라와의 관계, 그리고 조가 핍이 결국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된 비디와 재혼하는 것 등에서 그런 요소들을 읽을 수있다). 이 작품은 또 하층 계급과 비뚤어진 상류계층의 대비를 통해 부유한 상류사회(최상층은 아니지만)에 대한 비판의식도 강하게 드러난다. 핍의 신분상승의 욕망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결말을 맺게 되는 것 또한 상류층에 대한 비판과 맞물린다. 오래 되어서 세부적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그래도 변호사 Jagger의 서기인 John Wemmick의 특이한 행동들, 그의 집이나 집에서 대포?인지를 쏘는 것, 늙은 그의 아버지의 모습  등등은 아직도 흥미로운 부분으로 기억에 머물고 있다--그래도 더 늦기 전에 몇 자 적어서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을 잡아둘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