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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흔들리는 보리밭 -- 임영조

by 길철현 2022. 3. 16.

바람이 분다

누렇게 흔들리는 보리밭 사이

황천으로 통하는 길이 열리고

마침내 천지가 요동친다.

 

6월 하루 긴긴 해도 기울고

노을가루 분분한 상 레미 언덕

그 쓸쓸한 정신병원 가까이 

떼지어 날아드는 검은 그림자

 

까옥까옥 종말을 예고하듯

불길한 소문을 몰아오는 소리

문득 겁에 질린 하늘이

파르르 경련한다, 사색이 돈다

 

누가 나좀 붙들어 다오

제발 나좀 구출해 다오

 

고호의 비명소리 낭자한

상 레미 언덕, 누런 보리밭에는

오늘도 흉흉한 바람이 불어

하늘과 땅은 계속 출렁거리고

까마귀떼 날아오는 지평선 멀리

이 세상 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