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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시/미국시8

로버트 프로스트 - 가지 않은 길(Robert Frost - The Road Not Taken) 1875-1963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지,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고 하나만 가야 한다는 게 아쉬워 관목들 사이로 길이 구부러지는 곳까지 제자리에서 한참이나 바라다보았지. 그리곤 다른 길을 택했네, 똑같이 매력적인 데다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도 더 나를 부르는 듯했으므로. 그 점에 대해 다시 말하자면 사람이 밟은 정도는 두 길이 사실 엇비슷했지만. 그리고 그날 아침 두 길엔 밟아서 검어지지 않은 나뭇잎만 똑같이 덮혀 있었지. 아, 나는 첫째 길은 훗날로 기약했네! 길이 또 어떻게 길로 이어지는지를 잘 알기에 다시 돌아오긴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세월이 오래오래 흐른 뒤에 나는 한숨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하리라.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지,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이 덜 걸어.. 2023. 6. 16.
에밀리 디킨슨 - 나 죽음 앞에 멈출 수 없기에(Emily Dickinson - Because I Could Not Stop for Death)1830-1886 나 죽음 앞에 멈출 수 없기에-- 친절하게도 죽음이 내 앞에 멈추었네-- 마차는 단지 우리만 태웠지-- 거기다 불멸을. 우리는 천천히 나아갔지-- 죽음은 서두름을 모르기에 하여 나 역시 그의 예의바름을 따라 내 노고와 안위를 던져버렸지-- 우리는 학교를 지났어, 아이들은 쉬는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지--둥글게 앉아-- 그 다음 낟알들이 눈 부라리는 들을 지나-- 지는 해도 지나-- 아니 그보다--그가 우리를 지나갔지-- 그리곤 이슬이 차디차게 떨며 다가왔어-- 내 가운은 거미줄로 짠 망사-- 어깨걸이는--얄팍한 깁에 지나지 않아-- 우리는 어느 집 앞에 멈추었어 대지가 솟아오른 듯이 보이는-- 지붕은 보일락 말락-- 처마 장식은--대지 속에 묻혀-- 그 이후로--몇 세기--그럼에도 하루보다 더 짧게 느껴지.. 2023. 6. 14.
앤 브래드스트리트 - 필자가 자신의 책에게(Anne Bradstreet - The Author to Her Book) 1612 -1672 내 미약한 머리에서 나온 못 생긴 아이야, 넌 태어난 후 내 곁에 머물렀지만 마음은 좋으나 지혜롭진 못한 친구들이 너를 채어가 외국으로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시키고 인쇄기가 돌아가 너에게 누더기를 입혔구나. (모두 다 보다시피) 잘못된 부분은 줄어들지도 않아 네가 돌아왔을 때 내 얼굴은 빨개지고 말았지. (인쇄된) 떠돌이 자식이 엄마를 불러도 내 눈엔 그 용모가 넌더리날 정도라 빛을 보기에는 적당치 않다고 너를 던져두었지. 하지만 그래도 내 자식이라, 할 수만 있다면 애정이 마침내 너의 결점을 고쳐주기를 바랬지. 그런데, 얼굴을 씻으니 더 많은 흠집이 보이고 얼룩을 문질러 닦아 봐도 여전히 결함은 그대로. 네 관절을 늘여 두 다리를 고르게 하려 했으나 여전히 보기 흉하게 절룩거릴 뿐. 좋은 옷을 입혀 깔끔.. 2023. 6. 14.
'가지 않은 길'은 정말로 가지 않은 길일까? -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소론 (20230615 수정)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아마도 미국에서 대중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시인들 중의 한 명일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예는 30년 전 내가 카투사로 미군 부대에 근무할 때, 나와 같은 방을 썼던 미군의 책상 위에 두툼한 그의 시 전집이 놓여 있었던 것이리라. 이름이 스미스였던 그 키다리 미군은 애독가라고는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 단순한 예는 프로스트가 미국인들로부터 얼마나 사랑받는 시인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한 사정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그의 시들 중에서도 특히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과 '눈 내리는 저녁에 숲 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2016.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