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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최승자30

최승자 - 억울함 사공이 사라진 하늘의 뱃전 구름은 북쪽으로 흘러가고 청춘도 병도 떠나간다 사랑도 시도 데리고 모두 떠나가다오 끝끝내 해가 지지도 않는 이 땅의 꽃 피고 꽃 져도 남아도는 피의 외로움뿐 죽어서도 철천지 꿈만 남아 이 마음의 독은 안 풀리리니 모두 데려가다오 세월이여 길고긴 함정이여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78 - 뭔가 답답하고 하나 같이 뜻대로 안 되는 것은 느껴지지만, 시어가 모호하고 감정 또한 모호하다. 2023. 9. 13.
최승자 - 신은 오후에 하늘은 밤에 시는 가장 여리고 시는 가장 맹독성이다 언제나 시인은 순간을 영원처럼 영원을 순간처럼 노래하고 오늘의 어느 시 영화관에서는 죽음이냐 영원이냐 주검이냐 연기냐 등을 상연하고 있다 (신은 오후에 더욱 명료해지고 하늘은 밤에 더욱 파래진다) "물 위에 씌어진." 천년의시작. 2023. 8. 2.
최승자 - 시인 시인은 여전히 컹컹거린다. 그는 시간의 가시뼈를 잘못 삼켰다. 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의 뼈를 그러나 시인은 삼켰고 그리고 잘못 삼켰다. 이 피곤한 컹컹거림을 멈추게 해다오. 이 대열에서 벗어나게 해다오. 내 심장에서 고요히,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는 것을 나는 누워 비디오로 보고 싶다. 그리고 폐광처럼 깊은 잠을 꾸고 싶다. "즐거운 일기." 문학과지성사. 2023. 8. 2.
최승자 - 무제 2 1 ​ 간밤 소리 없이 이슬 내린 뒤 현관 문이 가만히 울고 죽음은 우유 배달부의 길을 타고 온다. ​ 누군가의 검은 눈빛, 늘어진 검은 손이 문고리를 부여잡고 ​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타이탄 트럭처럼 나를 덮치고 들렸다, 캄캄하게 낙락장송 쓰러지는 소리, 캄캄하게 한 시대가 길게 뻗는 소리. ​ 2 ​ 1983년, 운명의 맞물림이 풀어지는 소리, 무한 궤도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 작은 객차 하나. 1983년, 하나님은 경솔했고 나는 부실했다. 오 이 모든 진땀나는 공포! 공포! 이 세계를, 이 세계의 맨살의 공포를 나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밀려온다, 이 세계는, 내 눈알의 깊은 망막을 향해 수십억의 군화처럼 행군해 온다. ​ 눈 감아요, 이제 곧 무서운 시간이 와요. 창자나 골수 같은 건 모두 쏟.. 202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