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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249

노웨어 - 알베르트 핀토. 2023. 스페인(202310) 자원 부족으로 사람들을 몰살하는 전체주의 국가를 탈출하려다 컨테이너를 타고 바다를 표류하게된 임산부를 그린 영화. 디스토피아인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인간의 목숨이 파리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가볍게 처리되는 가운데에도, 주인공의 생명의 의지는 가열차게 온갖 고난에 맞선다. 결국 그녀와 그녀의 아기가 무사히 구조됨으로써 감독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3. 12. 20.
미스트 - 프랭크 다라본트. 2007(20231124)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을 나는 언젠가 아마도 자막 없이 중간 정도부터 본 기억이 있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우주의 질서가 헝클어진 느낌과 불가해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공포스럽고 모호한 느낌으로 남아 있던 이 영화를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되었는데, 핵심은 군대에서의 비밀 실험으로 다른 차원에 사는 거대한 괴생명체들이 안개 속에서 주인공이 사는 소도시로 침입하게 되고, 수퍼마켓에 갇힌 사람들은 괴생명체들에 맞서는 가운데에서도 서로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며 죽어나간다는 것이었다. 공룡이 지구의 주인이던 시기로 인간들이 돌아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을 해본다면 이 영화를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쥐라기 공원'이 그러한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모습을 좀 더 경쾌하.. 2023. 12. 20.
영웅 - 윤제균(20230812/13 넷플릭스) 얼마 전 김훈의 '하얼빈'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순신이나 안중근 같은 구국의 영웅들을 대할 때면 언제나 나는 과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내 목숨을 초개처럼 여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하지만 사야가(김충선)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국가가 옳지 않을 때에는 국가로부터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 영화가 뮤지컬이라는 한국 영화로서는 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점이 일단 주목할 부분이지만, 김훈의 하얼빈과 그 내용이 많이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내가 가진 생각을 밀고 나가는 것이 일단 중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이 올바른 궤도 위에 있는 것인가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다소 신파조이기도 하나, 안중근이 품었던 마음,.. 2023. 8. 14.
콘크리트 유토피아 - 엄태화(20230810 전주 메가박스) 태풍 카눈이 상륙해서 여행을 이어나가는 것이 힘들었으므로 오랜만에(한 1년은 된 것같은 느낌이다) 영화관에 들렀다가 마침 시간이 맞아서 이 영화를 보았다. 전형적인 재난, 재앙 영화이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은 주인공 김영탁(이병헌)의 캐릭터이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라, 사기를 당해 입주도 못하고 그래서 자신에게 사기를 친 인물을 살해하고 그 인물인 척 이 황궁아파트의 대표자가 된다.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 그는 황궁아파트의 인물들은 그가 보호하고 지켜야 할 가족 같은 존재이지만, 황궁아파트 밖의 인물들은 싸워야 할 적이다. 전형적인 split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대재앙의 상황에서 그와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이 취한 이러한 방책은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파멸을 불러올 뿐이라는.. 202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