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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영국희곡

마이클 프레인 - 소리를 죽이고 (Michael Frayn - Noises Off) [2015]

by 길철현 2016. 12. 17.

* Michael Frayn (1933-)

 

[Noises Off] (1982)

핵심 용어 : 전통 코미디, farce. theatricality

 

피터 셰퍼의 신과 인간의 관계를 묻는 심각한 형이상학적 극이나, 캐릴 처칠의 극에서 드러나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성적 억압에 대한 강한 반발이나 의문을 담고 있는 사회극과 비교할 때 프레인의 극이 다소 가벼운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소설이나 시에서 3,4십 년대의 좌파적이고 강한 사회성을 지닌 목소리들이 40년대 말 50년대로 들어서면서 Movement라는 문학적 흐름과 함께 낮은 목소리, 해학성 - 그 대표적인 작품이 Kingsley AmisLucky Jim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등이 강조되던 것과 비견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70년대의 영국 극들이 지나친 사회적 목적성을 강조하는 바람에 극 자체가 주는 재미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면, 프레인과 앨런 에익번 같은 사람들의 극은 극이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82년에 나온 프레인의 이 극도 그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극은 극중극을 소재로 하면서 동시에 그 극중극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통해, 전통 코미디가 관객들에게 주는 웃음-- 재치 있는 대사(?)나 슬랩스틱적인 장면, 그리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퍼져나가는 것(그것 또한 사실은 조절되고 기획된 것이지만)--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극을 즐기게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에게 잘 짜인 형태로 전달되는 극의 이면에서 배우들은 그냥 연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의 욕망과 갈등을 지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그 밖에도 연극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소품이나 세트 등이 제대로 작동해 주어야 한다는 점 등도 관객은 분명히 보게 된다.)

1막의 리허설이 그런 위태로움 속에 극이 진행된다는 것을 암시한다면, 2막은 위태로움 속에서도 간신히 지탱이 되던 극이, 3막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대본과는 딴판으로 흐르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극의 전개를 통해 프레인은 무대 위의 삶과 무대 뒤, 혹은 실제의 삶과의 구분을 흐리게 하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삶이 현재의 상태로 지탱되는 것 또한 그 이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태로움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극 자체를 읽지 않고 연극(알아들을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작품을 따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과 영화(줄인 자막이긴 하지만 자막이 있고, 또 발음도 잘 들려서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배경과 몇몇 부분에 변경이 있었다)를 보고 쓴 것이라, 심도 있는 분석은 어려운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