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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책을 읽다29

김태호 - 아리스토텔레스 & 이븐 루시드: 자연철학의 조각그림 맞추기. 김영사(2017/2007) - 읽고 나서 화이트 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해일 뿐'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플라톤의 핵심 사상 중 하나인 이데아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플라톤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한 당시의 정황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지만, 나의 이해가 짧은 것 때문이 아니라면 그것은 구시대적인 사고라고 봐야 할 것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그토록 오래 그 지위를 유지해 온 것은 기독교 신앙과 부합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형상과 질료가 분리해서 존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더욱 잘 와닿으며 그런 면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서양에 역수출한 이븐 루시드의 사고에도 공감가는 점이 많다. 124) 이븐 루시드는 플라톤 사상의 핵심이 되는 이데아론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 2023. 4. 13.
주제 사라마구 - 눈먼 자들의 도시(1995)(1998/2002-2019) - 책을 읽고 재작년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다. 당시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이 책은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는데, 죽음의 공포 앞에 놓인 한 소도시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끔찍함과 참혹함 속에서 어떻게 정신을 똑바로 가다듬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 아니 현실이 그렇게 참혹하지는 않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었던가? 이번에 다시 한 번 더 정신적 위기가 찾아와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는 가운데 거의 하룻밤에 이 책을 다 읽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으로 원래 제목은 [눈멈에 대한 에세이](Ensaio sobre a cegueira)이고 영어 제목은 [눈멈](Blindness)이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이 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 2023. 4. 5.
홍세화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창작과비평사(1995) - 책을 읽고 파리에서 근무하던 중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졸지에 망명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고, 또 호구지책으로 택시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느슨한 자서전 형식의 글이다. 필자가 파리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프랑스와, 태어나서 학창 시절, 군대, 그리고 회사원이 될 때까지 발을 딛고 살았던 박정희 정권 아래에서의 한국이 대비, 교차되면서 우리의 암울했던, 그러면서도 그 가운데에서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던 청춘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나보다 대략 20년 앞선 저자와 그 주변의 인물들(지금은 누구나 아는 유명 인사들인 김지하, 유홍준, 유인태 등)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등의 엄청난 시련을 겪고 난 다음 독재 치하의 후진국이었다가 경제 발전.. 2023. 3. 29.
김구 - 백범일지. 도진순 주해. 돌베개(2002, 1997) (1876 - 1949) -- 다읽고 안두희 - 김구 암살, 이후 박기서에 의해 피살(1996) 자서전을 읽고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일 것이다. 그럼에도 김구(본명 김창수)의 일생이 그가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한층 더 어리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에 과장과 합리화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대하소설을 능가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우리나라의 주권 회복을 위해 언제라도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것이었다(일제 강점기 당시 자신의 목숨을 초개처럼 던진 애국지사들의 행적에는 경외감과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불러온다).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하다 결.. 2023.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