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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산문57

소풍날 소풍날 하늘엔 흰 구름 두어 점 떠있을 뿐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봄날의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4월의 어느 날. 소풍의 날이 있다면 이런 날이 틀림이 없을 텐데도 재잘재잘 웃고 떠드는 한 반 아이들 옆에서 수람이는 자꾸만 어깨가 움츠려 드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람이 어머니는 수람이가 일어나기도 훨씬 전, 수람이가 꿈나라를 거닐고 있을 적에 서둘러 김밥을 싸두고는 나가셨다. 시장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되셨던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에 소풍날이라고 쉴 수는 전혀 없었다. 학교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길 순 없었다. 한 달 전쯤의 일이다. 수람이는 친구와 함께 수업을 빼먹고 산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어떻게 알았는지 어머니.. 2022. 6. 14.
지리산, 밤을 걷다 1 (220609) 전국일주 : *4월 21일, 토요일 8박 9일간의 여행.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긴 여행이었고,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여행이었고, 몇 가지 기행이 포함된 여행이었다. 여행 동안에 했던 결심--이 삶에 있어서 나의 최대치를 보겠다--을 한 순간 한 순간 실행에 옮기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좌우되거나, 마음이 약해져서 내키지도 않으면서 따르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심지를 굳게 하고 걸어가자. : 2001년 4월 12일-- 4월 20일 동생의 자살 기도 1999년 1월 2일? (연도별 나 읽기 -- 74년부터) 2022. 6. 9.
우연의 일치 지난 일요일(6월 5일)의 일이다. 저녁에 병원으로 어머니를 간병하러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서, 나는 병원에서 입을 요량으로 성서의 모다 아웃렛으로 가 자주 찾는 [르까프] 매장에서 칠부바지를 하나 구입했다. 그다음, 부근에 있는 [순대국밥]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코로나도 많이 누그러졌고, 날씨도 좋은 휴일이라 점심시간이 좀 넘었는데도 식당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일손이 바빠 미처 치우지 못한 빈 그릇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분주한 모습이 일상 회복을 보여주는 듯해 내심 므흣했다. 내장과 순대, 고기가 모두 들어간 '모듬국밥'으로 배를 채운 뒤 차로 향하다가 내친김에 운동화도 하나 사자하고 역시나 자주 찾는 곳인 [ABC마트]로 향했다. 이곳 역시 휴일 오후라 매장을 메운 손님들로 직원들은 정신이 없었다.. 2022. 6. 8.
19분 (19분이라는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기에는 꽤 긴 시간이지만, 뭔가를 하기에는 정말 짧은 시간이다. 그런데 여행의 막바지에서 그 짧은 시간에 급박한 시도를 해야 할 일이 발생했다.) 알람을 5시 30분에 맞춰 두었으나 눈을 뜨고 휴대폰을 켜니 4시 50분이었다. 요통이 심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K를 괴롭게 했다. 좀 더 잠을 청해볼까 하다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켰다. YTN에서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코로나 확진자 현황을 전하고 있었는데, 어제 자기 전에 본 것의 재탕이었다. 밤사이 국외든 국내든 새로 큰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건전지가 다 닳았는지 리모컨의 각도를 잘 맞추지 않으면 채널 변경이 잘 안 되어 짜증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채널을 바꾸며 볼 .. 2022.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