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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들·용어

헤로도토스 - 역사 Herodotus

by 길철현 2016. 4. 22.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고대 지중해 인접국의 역사와 문물을 망라한 책이지만, 그 핵심적인 내용은 역시 당시 최강국인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의 전쟁, 즉 ‘페르시아 전쟁’이다. 페르시아의 왕인 다레이오스(다리우스)의 1차 원정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의 아들인 크세륵세스가 2차 원정(이 2차 원정 역시도 패배로 끝나 그리스가 지중해의 패권을 쥐게 된다)에 나서는데, 그리스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헬레스폰토스 강에서의 다음의 대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어서 옮겨 본다. 크세륵세스의 숙부인 아르타바노스의 말은 헤로도토스의 비극적인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군대가 아비도스에 도착하자 크세륵세스는 전군을 열병하기로 결정했다. 미리 왕명을 받고 아비도스인이 약간 높은 언덕 위에 특별히 왕을 위해 흰 대리석으로 만든 전망대를 세워 놓았기 때문에, 왕은 여기에 앉아 해변을 내려다보면서 육상 부대와 함대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중 왕은 돌연 조정 경기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조정 경기가 벌어져 페니키아의 시돈인이 우승했는데, 왕은 이 경기와 전군의 위용을 바라보면서 커다란 희열을 느꼈다.
크세륵세스는 헬레스폰토스의 해면이 온통 함선으로 뒤덮이고 해안과 아비도스의 평지가 모두 군대로 가득 찬 광경을 바라보고 스스로 자신의 행운을 축복하다가 이윽고 눈물을 흘렸다.
이것을 눈치챈 그의 숙부 아르타바노스--이 사람은 처음에 크세륵세스의 그리스 원정에 반대하여 그 의견을 거리낌없이 말했던 그 인물이다--가 눈물을 흘리는 크세륵세스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전하, 조금 전의 행동과 지금의 행동이 어찌 그렇게 다르십니까? 방금전에는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축복하시는 듯하더니 지금은 눈물을 흘리시니 말입니다.”
그러자 크세륵세스는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도 누구 한 사람 백 살까지 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절로 사람의 목숨이라는 게 얼마나 덧없이 짧은 것인가 하는 슬픈 느낌이 들었소.”
아르타바노스는 그에 답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부딪치게 되는 것 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슬픈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비록 이렇게 짧은 인생이지만 삶보다는 죽음을 원하는 일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나지 않을 만큼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불행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이 짧은 인생마저 너무 긴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이렇게 인생이 괴로운 나머지 죽음이 인간이 가장 원하는 도피처가 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는 우리에게 인생의 감미로움을 맛보게 해주신 신의 마음 속에 실은 악의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크세륵세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르타바노스여, 인생이란 과연 그대가 말한 그대로이지만, 그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냅시다. 게다가 우리는 현재 행운을 누리고 있는만큼 불행한 일 따위는 생각지 말도록 합시다.”] (496-7)

And now, as he looked and saw the whole Hellespont covered with the vessels of his fleet, and all the shore and every plain about Abydos as full as possible of men, Xerxes congratulated himself on his goof fortune; but after a little while he wept.
Then Artabanus, the king's uncle. . . . when he heard that Xerxes was in tears, went to him, and said:--
"How different, sire, is what thou art now doing, from what thou didst a little while ago! Then thou didst congratulate thyself; and now, behold! thou weepest."
"There came upon me," replied he, "a sudden pity, when I thought of the shortness of man's life, and considered that of all this host, so numerous as it is, not one will be alive when a hundred years are gone by."
"And yet there are sadder things in life than that," returned the other. "Short as our time is, there is no man, whether it be here among this multitude or elsewhere, who is so happy, as not to have felt the wish--I will not say once, but full many a time--that he were dead rather than alive. Calamities fall upon us; sicknesses vex and harass us, and make life, short though it be, to appear long, So death, through the wretchedness of our life, is a most sweet refuge to our race: and God, who gives us the tastes that we enjoy of pleasant times, is seen, in his very gift, to be env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