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다9 어느 바퀴벌레의 죽음 (The Death of a Tireworm) * 이 글은 1998년 6월 22일 고대 도서관 화장실에 적힌 글을 옮겨적은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저자는 상당한 필력의 소유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변기는 쪼그리고 앉는 재래식 변기임을 미리 밝혀 둔다. 그것은 결코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 마리 바퀴벌레가 배변에 몰두해 있는 나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것. 순간 나는 . . . . 나의 치부를 바퀴에게 드러내 보였음에 흥분했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마음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가학적 살인적 본능 때문이었을까[?] 나의 폐 깊은 곳에 있는 가래침을 나의 늠름한 복근과 흡인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나는, 엄청난 양의 가래를 바퀴에게 뱉앴다. 아! 목이 메어 글을 이을 수가 없구나 "훌쩍 훌쩍. . . ." 바퀴는 나의 모든 노폐물(.. 2020. 6. 25. 일기장 일기장 낡은 일기장으로 되돌아가는 이십 년 전의 나 전시용 일기장에선 욕망이 언제나 무릎을 꿇고 착한 소년, 말 잘 듣는 소년이 되겠습니다 이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때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도 있지만 옳은 말과 길들여진 말 사이 나는 없었다 여동생이 대신 써준 부분도 아무 탈 없이 날짜를 메우고 있었다 숲속에서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라고 외친 이발사처럼 난 비밀 일기장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거기서도 욕망은 숨을 죽인 채 그림이나 시로 가끔씩 고개를 빼꼼 내밀 뿐이었지만 적어도 가면은 벗겨져 있었다 그 일기는 주로 상처의 기록이고 상처를 덧나지 않게 하는 연고이고 복수할 수 없는 복수였다 낡은 일기장 속의 나는 이제 없지만 이십 년의 두께 밑 어딘가에서 가끔씩 내 뒤통수를 서늘하게 한다 (9.. 2020. 6. 25. 1980년 11월 10일 [일기] 오늘은 정말 재수없는 날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테니스를 친 것까지는 좋았다. 국민학교에서 나가라는 방송이 나왔는데도 나는 계속 테니스를 쳤다. 그러다가, 공이 남의 집 위로 올라가서 지붕 물받이에 올려 있는 것 같아서 계속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 2020. 3. 13. 나의 생활관 [1981년 정도] 1. 독창적 2. 오락실 출입금지 3. 간사한 말을 하지 않는다 4. 한 말에 책임을 진다 5. 남이 일에 너무 참견하지 않는다 6. 빌린 물건은 빨리 갚는다 7. 의지하지 않는다 8.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 9. 스스로 처리한다 10. 진실한 친구를 사귄다 11. 깊이 생각한 후 행동한다 12. 싸우지 않는다 13.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 14. 시기를 하지 않는다 [7에서 9번은 대동소이하다. '스스로 일을 처리한다'는 이 내용은 아버지의 지나친 심부름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2020. 3. 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