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 및 감상/최승자30 최승자 - 가고 갑니다 하늘은 늘 파아란 해변 한 인간은 누구에게나 하나의 먼 풍경 이 식은 시 한 사발 속에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 걸까 역사와 낙서 구름 공장들 민주주의라는 겉멋에 관한 민주주의라는 속맛에 관한 속살거림들 (가고 갑니다 이것도 가고 저것도 가고 가고 갑니다) "물 위에 씌어진". 천년의시작. 2011(2016). 59. - 절망을 건넌 사람의 언어인 듯. 2023. 9. 13. 최승자 - 자본족 몇 행의 시라는 물건이 졸지에 만원짜리 몇 장으로 휘날릴 수 있는 시대에 똥이 곧 예술이 될 수 있고, 상품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쓰자, 그까짓 것,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짓거. 영혼이란 동화책에 나오는 천사지. 돈 엄마가 돈 새끼를, 자본 엄마가 자본 새끼를 낳는, (오 지상을 뒤덮는 자본 종족) 이 세상에서 자본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가 시일 수 있다면 (모든 시인은 부복하라) 오 나는 그 새끼를 키워 어미로 만들리라. 인간이라는 고등 포유 동물을 넘어서는 (저 아리안족 같은) 고등 자본 동물을 만들리라. 곳곳에서 넘쳐나는 저 자본 동물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인간들이 자본과 파충류로 변해가는 것을, 오 내 팔뚝에 뱀의 살 무늬가 새겨지는 것을 지켜보는 이 슬픔. 새들도 자본 자본 하며 올.. 2023. 9. 13. 최승자 - 청계천 엘레지 회색 하늘의 단단한 베니아판 속에는 지나간 날의 자유의 숨결이 무늬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청계천엔 내 허망의 밑바닥이 지하 도로처럼 펼쳐져 있다. 내가 밥먹고 사는 사무실과 헌책방들과 뒷골목의 밥집과 술집, 낡은 기억들이 고장난 엔진처럼 털털거리는 이 거리 내 온 하루를 꿰고 있는 의식의 카타콤. 꿈의 쓰레기더미에 파묻혀, 돼지처럼 살찐 권태 속에 뒹굴며 언제나 내가 돌고 있는 이 원심점, 때때로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튕겨져 들어와 돌고 있는 원심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57 - '낡은 기억들이 고장난 엔진처럼 털털거리는 이 거리'라는 비유는 절묘하지만,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고 옮겨 적었는데 적고 보니 뭔가 아쉽다. 애매하다. 2023. 9. 13. 최승자 - 여자들과 사내들 -- 김정숙에게 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사내의 눈물 한 방울 망막의 막막대해로 삼켜지고 돌아서면 그뿐 사내들은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랑,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18 - 이 시는 아주 적나라하게 리얼한 연애시이다. 1연의 비유가 놀라우며,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라는 표현도 충격적이다. 최승자를 최승자.. 2023. 9. 13.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