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무제 2
1 간밤 소리 없이 이슬 내린 뒤 현관 문이 가만히 울고 죽음은 우유 배달부의 길을 타고 온다. 누군가의 검은 눈빛, 늘어진 검은 손이 문고리를 부여잡고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타이탄 트럭처럼 나를 덮치고 들렸다, 캄캄하게 낙락장송 쓰러지는 소리, 캄캄하게 한 시대가 길게 뻗는 소리. 2 1983년, 운명의 맞물림이 풀어지는 소리, 무한 궤도 속으로 떨어져 나가는 작은 객차 하나. 1983년, 하나님은 경솔했고 나는 부실했다. 오 이 모든 진땀나는 공포! 공포! 이 세계를, 이 세계의 맨살의 공포를 나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밀려온다, 이 세계는, 내 눈알의 깊은 망막을 향해 수십억의 군화처럼 행군해 온다. 눈 감아요, 이제 곧 무서운 시간이 와요. 창자나 골수 같은 건 모두 쏟..
2023.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