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216 278 병신 서기 이천십사 년(단기로는 사천삼백사십칠 년우주력 이백삼십칠억 오천사백삼십구만 이천칠십육 년)삼월 이십삼일세시 삼십구 분 오 초 삼삼순간 혹은 찰나는 쨉도 안 되는 순간에278은 드디어,오매불망 평생을 두고 찾아 헤매던 하느님을 만나고 말았는데(우리말로 하느님을 거꾸로 읽으면 님느하이지만영어로는 개라고 하던데)그 느낌을 감히 필설로 표현해 보자면일찍이 아우아홉스티누스 대제가 말한 것처럼영원히 현재에 거하는 항상 같으신 분,뭐 그런 것이 아니라언어의 끝,그러니까 언어의 안과 밖의 극점을 지나가지나갈 수 없는 곳을 지난 다음에빛이며 어둠이고사랑이고 증오이며애인이자 원수,신인 동시에 악마,이런 모든 상반된 것의 결합인 동시에 해체,한마디로 말해 좆 같은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뭣하지만꼭 그렇게까지 좋나쁘진 않다는.. 2024. 12. 26. 반 고흐 형제 반 고흐 형제는 십팔 년 동안 천이백 여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형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뒤로 화상인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돈 잘 받았다로 시작해서 하지만 돈 좀 빨리 부쳐다오로 끝을 맺었다. 팔리지 않는 화가를 끝까지 부양한 동생도 형을 자살로부터 구해내지는 못했다. 아니 동생마저 형의 뒤를 좇아 육 개월 뒤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2024. 12. 26. 278 구골 쓰기 태초가 눈 뜨기 전에 278이 있었으니278은 278로 자족하였는데바이러스였던가무였던가278의 뇌수로 침입하자 문득 구골이 생각이 난 거라구골이라 함은10의 10의 백성이라문득 이것을 떠올리고278은 염화미소를 지었다고 하는데(거기에 있지 않아 정확히 확인할 바 없으나)불립문자 다음에 무간지옥이라278이 구골을 떠올린 것에서 멈췄으면 좋았으련만그것을 해체하여10의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성(동그라미 백 개를 찍는 작업이 쉽지 않구나세는 것도무대뽀로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실패하고열 개를 찍은 다음 그걸 복사열 번 붙이기를 하니 깔끔하게 마무리복사와 붙이.. 2024. 12. 24. 폭포에서 폭포에서 폭우가 한바탕 지나가자하얗게 흔적만 남아있던 폭포새로이 생명을 부여받아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추락이 생명의 본질이라는 아이러니 따위폭포는 아예 되새김하는 일이 없다일 밀리미터의 머뭇거림도 없이수직으로 허공을 가르며산산이 떨어져 내리는 폭포벼랑이 없더라면허공이 없더라면자신도 없다는 걸 진작 알아차린 모양이다 심장을 쩌렁 가르는 천둥소리폭포는 온몸으로 떨어져 내린다 (20010702) 2024. 12. 24. 이전 1 2 3 4 ··· 5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