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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173

저수지 행 저수지를 왜 찾느냐는 질문은왜 사느냐는 질문과 같아서 뾰족한 대답이 궁하다 그저 어떻게 저수지를 찾느냐,에 집중할 따름 대부분의 저수지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내비를 따라가면코앞까지 데려다준다 문제는 너무 크거나너무 작은 저수지이다 너무 크면 찾아가더라도어디서부터 어떻게 돌아야 할지엄두가 잘 나지 않고 이름도 얻지 못한 내비에 그저 파란 얼룩으로 표시된 어떤 곳은가는 길이 지리멸렬이다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봐야막상 현장에 가면 산산조각나고야 만다머리도 머리지만손발을 부지런히 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이름뿐인 저수지는웃자란 풀과 나뭇가지와 거미줄을 헤치며도달하고 나서야그제서야 겨우 길이 가까스로 보인다 2024. 11. 1.
밀양을 걷다 밀양에 갔다. 가까운 하양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양도 아니고, 왜 밀양으로 향했던가? 온양은 멀고, 양양은 까마득해서 엄두가 안 났던가? 신애가 보고 싶었던 걸까?  약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운전대가 불안하고, 아니 그보다도 자꾸만 운전대를 놓칠 것 같고, 악세레다와 브레이크가  헛갈릴 것만 같고.  [수정 중] 2024. 10. 29.
시인 박사 학위 못 받은 걸 위로하느라 친구들은 나를 애써 박사라 부르더니 요즈음엔 시 몇 편 썼다고 농이라도 치는 건지 시인이라 부른다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도 없고 문예지에 시 한 편 실은 적도 없건만 시인이란 호칭에 가슴이 훈훈하다 호칭이 사람을 만들기라도 하는가 점점 더 시인이 되어가는 듯하다 2024. 10. 22.
가볍게 가볍게 바람 가득 넣어 통통 튀는 테니스 공처럼가볍게 가볍게 바닥으로 바닥으로 자꾸만 가라앉는 불면의 밤은 싫어 위기의 순간물 위를 겁나 빠르게 달리는 어떤 도마뱀처럼가볍게 가볍게 중력을 벗어나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그런 풍선처럼가볍게 가볍게 2024.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