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끊겨지고
갑작스런 배고픔으로
찾아오는 이별.
사내의 눈물 한 방울
망막의 막막대해로 삼켜지고
돌아서면 그뿐
사내들은 물결처럼 흘러가지만,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
잊으려고 잊으려고 여자들은
바람을 향해 돌아서지만,
땅거미질 무렵
길고긴 울음 끝에
공복의 술 몇 잔,
불현듯 낄낄거리며 떠오르는 사랑,
그리움의 아수라장.
흐르는 별 아래
이 도회의 더러운 지붕 위에서,
여자들과 사내들은
서로의 무덤을 베고 누워
내일이면 후줄근해질 과거를
열심히 빨아 널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1990). 18
- 이 시는 아주 적나라하게 리얼한 연애시이다. 1연의 비유가 놀라우며, '허연 외로움의 뇌수 흘리며'라는 표현도 충격적이다. 최승자를 최승자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이런 시일 것이다. (김치수 - 이별의 아픔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불가능을 겪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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