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행의 시라는 물건이
졸지에 만원짜리 몇 장으로 휘날릴 수 있는 시대에
똥이 곧 예술이 될 수 있고, 상품이 될 수 있는 이 시대에
쓰자, 그까짓 것,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짓거.
영혼이란 동화책에 나오는 천사지.
돈 엄마가 돈 새끼를,
자본 엄마가 자본 새끼를 낳는,
(오 지상을 뒤덮는 자본 종족) 이 세상에서
자본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가 시일 수 있다면
(모든 시인은 부복하라)
오 나는 그 새끼를 키워 어미로 만들리라.
인간이라는 고등 포유 동물을 넘어서는
(저 아리안족 같은) 고등 자본 동물을 만들리라.
곳곳에서 넘쳐나는 저 자본 동물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인간들이
자본과 파충류로 변해가는 것을,
오 내 팔뚝에 뱀의 살 무늬가 새겨지는 것을 지켜보는 이 슬픔.
새들도 자본 자본 하며 올 날이 오리라.
(나에게 뽀스또 모단의 방식을 가르쳐다오.
나는 왜 이렇게 정통적으로밖에 애기할 수가 없는지.)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지성사. 1993(1996). 60
- 이 시대를 통렬하고 통쾌하게 비판하고 있는 시이다. 하지만 벌써 30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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