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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아보다

어느 바퀴벌레의 죽음 (The Death of a Tireworm)

by 길철현 2020. 6. 25.

* 이 글은 1998년 6월 22일 고대 도서관 화장실에 적힌 글을 옮겨적은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저자는 상당한 필력의 소유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변기는 쪼그리고 앉는 재래식 변기임을 미리 밝혀 둔다.

 

그것은 결코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 마리 바퀴벌레가 배변에 몰두해 있는 나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는 것. 순간 나는 . . . . 나의 치부를 바퀴에게 드러내 보였음에 흥분했던 것일까[?] 아니면 나의 마음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가학적 살인적 본능 때문이었을까[?] 나의 폐 깊은 곳에 있는 가래침을 나의 늠름한 복근과 흡인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나는, 엄청난 양의 가래를 바퀴에게 뱉앴다. 아! 목이 메어 글을 이을 수가 없구나 "훌쩍 훌쩍. . . ." 바퀴는 나의 모든 노폐물(똥*오줌)이 고여 있는 하얀 변기 속으로 빠져버렸던 것이다. 처음의 낙하지점은 오줌이었다. 바퀴에게는 바다같았을 그 오줌. 바퀴는 잠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낙하의 충격에 정신을 잃은 듯. 몇 초가 지났을까[?] 나의 어마어마한 양의 똥이 쌓인 곳으로 헤엄쳐 갔다. 그에게는 나의 똥이 섬으로 보였던 것일까[?] 나는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용기가 없었다. 오 주여, 저를 용서하소서. 똥이 간신히 몸을 기댄 바퀴는 그렇게 서서히 죽어갔다. 나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눈물 대신 고추(아 좆) 끝의 마지막 오줌 한 방울이 영롱한 "똑" 소리를 내며 바퀴의 고단한 시체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고인의 명복을 위해 가만히 성호를 그은 다음 밸브를 밟아 장엄한 수장식을 거행했다. 오. . . . 아멘! 여러분! 누가 감히 저에게 살인자(살충자)라 할 수 있소. 누가 감히 나에게 돌을 던지겠냔 말이오.

하지만 저는 며칠 전의 이 끔찍한 악몽에 거의 식음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만 나의 똥과 오줌이 거기 있어고 하느님의 뜻이 온전히 그리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두 번 다시 바퀴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과 저와 같은 불행한 학우들이 없기 위해서 우리 모두 가래침 뱉는 연습을 합시다. 아주 정확하고 적절한 가래침 발사.

아래를 내려다 보십시오. 바퀴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으십니까?

9 cm, 4cm, OH MY GOD 17cm! 저는 이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그 바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숱한 고대인들의 자지를 바라보고 있을 어느 바퀴의 영혼!

이로서 바퀴도 영원한 고대인이 된 것이겠지요.

고대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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