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이 이야기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보르헤스의 소설집 [불한당들의 세계사](민음사)에 실린 글인데, 원래는 [아라비안 나이트(천일야화)]에 실려있던 것을 보르헤스가 재작성 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라 옮겨봅니다. 코엘료의 베스트 셀러인 [연금술사]의 큰 줄거리도 여기에 기대고 있지요.)
아랍의 역사가 엘 이사끼는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신앙이 돈독한 사람들은(그러나 단지 알라만이 전지전능하고, 자비롭
고, 잠을 자지 않는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이로에 재물을 많이 가진 어떤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나
치게 성격이 괄괄하고 호탕해서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날려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일에 지쳐 정원에 있는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잠이 들게 되었다. 그는 한 남자가 입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는 꿈을 꾸었다. 꿈 속의 남자가 그에게 말했다.
"당신의 행운은 페르시아의 이스파한(페르시아, 그러니까 지금의 이란에 있는 지역 이름--역주)에 있소. 그것을 찾으러 가도록 하시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깨어난 그는 긴 여행의 길을 떠났다. 그는 사막, 바다, 해적들, 이교도들, 강, 맹수들, 그리고 사람들이 주는 위험들과 마주쳤다. 그는 마침내 이스파한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는 이 도시의 경계 지역에서 갑자기 밤을 맞게 되었고, 잠을 자려고 한 회교 사원의 뜰에 몸을 뉘었다. 그 회교 사원 옆에는 집이 한 채 있었고, 전능한 신의 섭리에 따라 도둑 한 무리가 회교 사원을 가로질러 그 집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은 도둑들의 난장질에 깨어났고,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했다. 이웃 사람들 또한 고함을 질러댔다. 마침내 그 지역의 야간 순찰대 대장이 부하들을 데리고 그들을 구하려 달려왔고, 도둑들은 발코니를 통해 도망가 버렸다. 거기에서 카이로에서 온 그 남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를 대나무 막대기를 가지고 거의 시체가 될 정도로 두들겨 팼다. 이틀이 지나서야 그는 감방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대장이 그를 데려오도록 했고, 그리고 심문을 했다.
"넌 누구며 어느 나라에서 온 작자냐?"
죄수가 밝혔다.
"제 이름은 모하메드 엘 마그레비이고 카이로라는 그 유명한 도시에서 왔습니다."
대장이 그에게 물었다.
"여기에 온 연유가 무엇이냐?"
그는 진실을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말했다.
"꿈 속에서 한 남자가 이스파한에 가라고 시켰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제 행운이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스파한에 와 있고, 그가 약속한 그 행운이라는 게 바로 당신이 그토록 자비롭게 내게 내린 매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대장은 박장대소를 했다. 그가 이렇게 말하면서 간신히 웃음을 멈췄다.
"경망스럽고 어리숙한 친구여. 나도 세 차례나 카이로 시에 있는 한 집의 꿈을 꾼 적이 있었지. 그 집에는 안쪽에 정원이 있고, 정원에는 해시계가 하나 있고, 해시계 뒤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 무화과나무 뒤에는 우물이 하나 있었지. 바로 그 우물 아래에 보물이 있었지. 그러나 나는 그런 허깨비에 대해 그 어떤 기대 같은 것을 하지 않았지. 그런데 당나귀가 악마와 교접하여 난 새끼 같은 너는 단지 꿈만 믿고 이 도시 저 도시를 헤매고 다닌 거야. 다시는 이스판한에서 얼씬거리지 말도록. 노자돈을 줄 테니 이것을 가지고 어서 꺼지도록 해."
그는 대장이 준 돈을 받아들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왔다. 자신의 정원 우물(대장이 꿈에서 보았던) 아래에서 그는 보물을 캐냈다. 이처럼 신은 그에게 축복을 내렸고, 그에게 보상을 받도록 했고, 그리고 그를 치하했다. 신은 자비롭고, 오묘한 존재이니라.
--[천일야화], 제 351째 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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