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대불
유 치 환
목 놓아 터트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눈 감고 앉았노니
천 년을 차가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목숨이란! 목숨이란 -
억만 년을 願(원) 두어도
다시는 못 갖는 것이매
이대로는 못 버릴 것이매
먼 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蓮(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 없이 지새는 흰 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라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 개 돌로
적적히 눈감고 跏趺坐(가부좌)하였노니.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서 정 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ㅡ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이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釋迦)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香囊)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윗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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