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南天)에서
천둥소리 하늘을 깨치는가 싶더니
머위밭을 한꺼번에 훑는
무수한 초조함들
처럼
이제 어디에라도
닿을 때가 되었는데
되었는데
소나기 지나가며
외딴 어느 집 처마 밑에 품어 준
열서넛 남짓
나일론 옷 다 젖어 좁은 등허리 뼈 비쳐 나는
소년, 처연한 머리카락
서 있는 곳
그 토란잎 같은 눈빛이 가 닿는 데
그 표정 그 눈빛이 자꾸만 가는 데
그런 데에 닿을 때 되었는데,......,
천둥이 하늘을 깨쳐 보여 준 그곳들을
영혼이라고 하면 안 되나
가깝고 가까워라
그 먼 곳
이 땅에 팍팍
이마를 두드리다 이내
제 흔적 거두어
돌아간
오후 한때
소나기 행자(行者)들
쫓아간
내 영혼
겨울 어느 날
눈 오시는 날
다시 보리라
빈 대궁들과 함께 서서
구경꾼처럼
구경꾼꾼럼
눈에 담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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