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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및 감상

최두석 - 한장수

by 길철현 2023. 4. 24.

-고온리 앞바다 감배바위에 붙은 굴을 따다가 등줄기에 폭탄을 맞아 죽은 아낙이 있었다. 그 여자의 남편 한장수씨는 그 대가로 쿠니 사격장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이제까지 그 일을 하고 있다.

가만있자, 그게 벌써 이십오 년 되얐구만. 그 일만 생각허면 지금도 오싹해. 사격장에서 염해갖구 밤중에 공동묘지에 묻었어. 애미가 죽으니께시리 뱃속에 있는 거는 말할 거이 읎구 두 살백이 기집애두 따러 죽잖우. 나, 당최 정신읎었어. 걔 죽는지두 몰르구 술먹었으니······ 경비 스다 집에 오면 사는 거이 너무 구차스러. 진절머리 넌덜머리가 나. 그러니께 술 먹고 뻗어. 아침에 정신나면 새끼들 낯바닥이 뵈여. 그 낯바닥 보고 또 출근을 허는겨. 그냥저냥 숫제 속아살았어. 요 동네 참새는 아마 귀 먹었을겨. 폭격이 요란해두 용감하니 날러댕겨. 먹고 사는 게 뭔지 참 아심아심해. 시방은 속 삭아서 그렇지. 독약두 약이래니 세월이 약이 안 되것나. 다른 건 다 쇡여도 팔자는 못 쇡이디라구, 인저 팔자 탓이거니 생각허구 견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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