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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이야기

2023년 탁구이야기 - 한참 늦은 8월 탁신 모임 후기(0819)

by 길철현 2023. 8. 22.

딱히 하는 일은 없어도 늘 분주해 후기가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뭐, 꼭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탁신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공백으로 두는 건 가슴 한켠이 허전해서. 

 

이번달 모임은 퇴계원 구장이 예약이 안 되어 경태네 탁구장에서 했는데, 회장님이 그만 통풍이 찾아와 불참하고 말았지요. 다른 여러 회원들도 많이 빠져서 시합 참가 인원은 여덟 명(송경호, 김진우, 이용주, 김민준, 김태원, 안진호, 길철현 - 김경태 회원은 몇 게임만 하고는 개인적인 약속 때문에 떠났네요), 이한선은 모임에 오긴 했으나 게임은 못했고, 일산의 터줏대감 이춘헌은 발목 부상으로 게임 불가, 모두 열 명이 참석했네요. 거기다 제가 대학 후배 두 명, 송광현(3부), 이정현(5부)을 데리고 가서 개인전은 열 명 3세트 풀리그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시합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선출인 김경태 회원을 제외하고는 맞다이로 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용주 회원이 제안을 했던 듯한데, 이날 모임엔 3부가 5명으로 다수(이용주 회원과 안진호 회원은 오픈 4부이지만 우리 모임에서는 3부로 치지요)라 평소라면 터무니 없을 그 제안이 먹혀들어갔습니다. 3부가 찬성한 것은 이해가 되나,  4부인 김태원 회원과 김민준 회원이 동조하는 것을 보고 저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우는 민주주의가 자칫 다수의 횡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실감했습니다. 

 

시합 결과는 당연히 3부들이 1,2,3위를 차지했지요. 송광현과 송경호(회원 호칭 생략. 송씨들이 탁구를 잘 치는군요)가 7승 1패로 동률을 기록했으나 송광현이 송경호를 2대 0으로 이겨 승자승으로 1위였지요. 하지만 송광현은 초대손님이라 시상에는 빠지고 나니(내가 개인적으로 러버를 선물했지요) 4위인 제가 3위가 되었습니다(2위는 6승 2패를 기록한 안진호). 

 

[개인적 소감: 송경호와의 첫 게임은 역시나 어려워서 0대 2로 패배. 하지만 김진우를 2대 0으로 잡았고, 안진호와 송광현에게는 0대 2로 패했지요. 안진호와의 게임은 리시브는 물론 백핸드 숏핌플로 넘어 오는 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대신에 이용주는 서브를 걸어서 멘탈을 흔든 다음, 공을 느리게 밀어서 넘기는 타법으로 스매싱을 잘 못하게 해서 정말 오랜만에 승을 따냈습니다. 김민준도 요근래에는 이긴 적이 없는 어려운 상대인데, 운동을 워낙 안 해서인지 낙승을 했습니다. 김태원은 시합장이라면 로빙을 띄워 나를 힘들게 했겠지만 띄울 높이가 나오지 않으니 어려웠지요. 그래도 2대 1로 신승을 했고, 5부인 후배 이정현도 맞쳤지만 2대 1로 힘겹게 이겼답니다. 그래서 총 전적은 5승 3패. 

 

전날 제천에서 송승훈과 한 게임을 했는데, 한 달 동안 운동을 안 해서 내기는 안 하겠다는 승훈이에게 5알 핸디로도 0대 3으로 완패 당해서(주민이라는 젊은 친구에게도 2알 핸디를 받았음에도 1대 3, 0대 3으로 패하고 말았지요) 이제는 정말로 나이가 들어 올해 들어 몇 달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음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으나, 이날 입상은 다시 큰 희망을 주었지요.]

 

개인전 결과, 지워진 부분은 김경태
1위. 개인전 경호는 우승은 처음이라고.
2위 안진호
3위 길철현

 

단체전은 1(송경호, 이용주, 김태원) 2(송광현, 길철현, 이정현) 3(안진호, 김진우, 김민준), 이렇게 3팀이 3단식 풀리그를 했는데, 결과도 번호대로 나왔습니다. 1팀이 2승으로 우승, 2팀이 1승 1패로 2등, 3팀이 2패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개인적 소감: 우리팀은 C팀과 먼저 시합을 했는데, 저의 상대는 천적인 안진호였습니다. 단체전도 개인전과 마찬가지로 노 핸디. 첫 세트는 6점 정도밖에 못 땄는데, 차츰 서브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2세트에 들어가서는 내 커트가 약간 들어간 긴 서브에 대한 리시브가 약한 것을 알고는 집중적으로 그 서브를 넣어 그 세트를 따냈고, 3세트는 내가 뒤지다가 듀스를 만들어 냈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나의 시갠에 멘탈이 흔들린 진호를 17대 15인가로 이겼지요. 얼마나 이기려고 애를 썼는지 승리는 얻어냈으나 그 대가로 그만 목이 나가고 말았고, 20여일이 지난 지금도 목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송광현도 김진우?를 이겨서 1승을 거뒀으나, A팀과의 시합에서는 내가 송경호에게 0대 2로 지고, 이정현도 이용주에게 져서 패]

단체전 결과
1위
2위, 오른쪽 송광현은 취직을 하면 탁신에 들어오려고 합니다.
3위

뒤풀이는 후배들에게 일산의 갈비살과 된장찌개 맛을 보여주기 위해 '김가네 갈비살'로 향했고(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내가 사간 수박을 상납하고 더일산 탁구클럽 회원들로부터 맥주 10병을 하사받은 듯합니다), 2차는 '쪼끼쪼끼'에서 한 듯한데 기억이 아삼삼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춘헌 회원이 계산을 했다는 것. 그 다음 이춘헌과 당구장에서 3쿠션 혈투를 벌였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지고 말았지요.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는데 고대 84학번 선배분이 합류, 목이 나간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노래를 부르다가 고음 부분에서 계속 삑사리가 나는 굴욕을 겪었지요.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세 명이서 당구 한 게임을 더 했는데 내가 압도적으로 1위를 했네요.

자세 좋고

탁신 모임은 박터지게 탁구를 치고 적당히 망가져도 괜찮은 날, 그래서 대구에서 서울 거리는 멀지만 올라가지 않을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