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3 - 여러 가지 일들로 대학 탁구 시합 이튿 날 후기를 적는 일이 밀리고 밀려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다시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핵심만 잘 요약해서 적어보도록 하자.)
아침에 잠이 일찍 깨어 집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해가 뜨기 전이라 약간 쌀쌀하고 어두운 푸른 빛이 감도는 가운데 가벼운 산책은 부족한 수면으로 잘 깨지 않는 몸에 활기를 주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몸을 좀 풀려고 했더니 시간이 일러서 체육관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고심하던 차에 YB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혼자 있는 서울대 학생과 연습을 했다. 6,7부 정도 실력이라 몸을 풀기에는 적당했다.
전국대학탁구동호인 연맹 카페에 올라온 경기 시간표에는 OB 복식 시합 일정이 9시였는데, 에어핑퐁을 보니 11시라 또 오래 기다려야 했다. 어리석게도 다시 한 번 속아넘어 갔다. 10시가 좀 넘자 고대 OB 후배들도 시합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개인 복식]
(예선전)
나는 3부인 백승윤과 한 조를 이뤄 시합에 참가했다. 승윤이는 안 본 사이에 탁구 실력이 많이 늘어 나보다 부수가 높았다.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없고 최대핸디가 4알인 것이 큰 부담이었다. 첫 게임 상대인 단국대는 둘 다 6부라 2대 0으로 가볍게 이겼다(남자는 6부가 최하 부수라 6부 실력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핸디가 많아도 이 정도면 해볼 수 있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게임의 상대인 경기대에는 5부가 한 명 있어서 게임이 쉽지 않았다.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는 범실을 줄여서 따냈으나, 마지막 세트에서는 또 무너지고 말았다. 조2위로 본선 진출.
(본선1회전)
본선1회전 상대는 중앙대였다. 여기도 한 명이 5부여서 게임이 쉽지 않았다. 6부인 친구의 서브를 적극적으로 공략을 해야 했는데 쉬운 서브였으나 플릭을 자신있게 하기에는 핸디가 부담이 되었다. 승윤이도 몸이 덜 풀렸는지 범실에 대한 우려로 자신있게 공을 치지 못했다. 1대 2(패승패)로 패배(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기록을 보니 시간 관계 상 본선도 3세트를 한 모양이다).
다른 조인 유가우와 홍성욱은 둘 다 6부로 참가하여 3위에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단체전]
단체전은 핸디없이 게임을 진행했기 때문에 3부와 4부가 한 명씩 있는 우리 대학교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백승윤은 대진표에 이상한 점이 있다고 해서 주최측에 문의를 했더니, 전날 대표단들이 추첨을 했다는 것이었다. 8개 팀이 토너먼트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3번 단식이었던 나는 우리팀이 8강과 4강에서는 2대 0으로 이겨주었기 때문에 어부지리로 결승까지 안착했다(8강전에서는 우리가 2대 0으로 이겼지만 몸을 풀 겸해서 경기를 하기도 했다).
결승전은 오더 싸움이었다. 중앙대에는 1부인 김효원이 버티고 있어서 한 점은 준다고 생각을 하고 나머지 2점을 따내면 되었다. 김효원이 3번으로 빠지는 것은 시합을 뛰지도 못하고 0대 2로 질 수 있는 상황이라, 그 카드는 감히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4강전 복식에서 중앙대가 단국대를 이기는 것을 보고, 백승윤을 복식조로 돌려 복식을 강화했다. 그리고 1번 단식에는 유가우를 내보냈다. 그런데, 중앙대는 김효원이 3번으로 빠졌다. 1번 단식에서 유가우가 중앙대 선수에게 2대 3으로 석패하는 바람에 게임이 어려워지고 말았다(유가우는 이 선수에게 진 적이 없었는데 독감 후유증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복식은 무난히 이겼으나, 4부인 내가 1부인 김효원을 맞잡고 이긴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져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었기에 나는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이 게임은 후배에게 촬영을 부탁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 장면이 남아 있다. 김효원과는 예전에 성북구 대회에선가 한 번 친 적이 있었는데 YG 서브가 일품이었다.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를 이기자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효원이가 부담이 컸으리라. 3세트는 내가 내내 앞서 갔고, 10대 8 내 서브였는데 여기에서 한 점을 따지 못하고 듀스로 갔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13대 15로 지고 말았다. 4세트에서는 효원이가 내 서브를 치키타로 응수하기 시작했고, 넘어온 공의 처리가 어려워 무너지고 말았다. 졌잘싸이긴 했지만 잘하면 이길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준우승이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전력상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었는데 오더 싸움에서 졌다는 것에 미련이 남았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도 기분을 묘하게 했다.
YB들은 단체전에서 여자부가 준우승을 하고, 남자부는 홍익대와 엄치락뒤치락 하더니 3대 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이중 고대 김지환과 이태주의 시합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0대 2로 지다가, 두 세트를 따내 2대 2, 5세트에서는 초반에 앞서다가 7대 10으로 몰려졌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네트가 한 번 나오는 운도 따라서 듀스를 만들고 12대 10으로 이기면서 승리를 얻어냈다. 끈질김과 운이 동시에 작용한 대역전승이었다.
예상보다 시합이 일찍 끝나 폐회식까지 참석했다. 우리 고대가 종합우승을 차지한 것이 뿌듯했다. 폐회식을 마치고 나는 서둘로 대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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