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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권택영, 소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예출판사(061111)

by 길철현 2016. 10. 19.

*권택영, 소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예출판사(061111)


20세기의 소설 이론을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소설을 보는 시각의 틀을 잡는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문학의 기본적 특성을 낯설게 하기에서 찾는 러시아 형식주의의 이론은 이전의 문학관과는 다르게, 문학에 있어서 형식이 갖는 중요성을 특히 부각시켰다. 이 러시아의 형식주의는 대체적으로 볼 때 이후 유럽 대륙에서는 구조주의로, 영미에서는 신비평으로 이어진 것으로 간략화해 볼 수 있다. 그 다음에 60년대에 나온 웨인 부스의 [소설의 수사학 The Rhetoric of Fiction]은 보여주기를 강조하던 모더니즘 문학관을 비판하고, 내포 저자라는 개념을 내세워, 아무리 저자를 지워도 저자의 목소리는 작품 속에 들어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논문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문학관은 경색된 모더니즘의 문학관을 비판하면서도, 리얼리즘의 서술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그것을 패러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말하기가 다시 강세를 띠게 되었는데,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저자가 예전과 같은 강세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지라르의 욕망 이론이나, 쥬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분석 등 프랑스의 이론, 그리고, 데리다의 제자인 힐리스 밀러의 해체 비평(밀러가 주장하는 것도 WH와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등에 대해서도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피터 브룩스의 이론은 소설의 분석에 프로이트, 라캉의 이론을 접목한 것인데, 흥미로운 부분이다.

책을 읽고, 여러모로 생각을 해 보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작업이다. 불확실하더라도, 내가 느낀 만큼 말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리해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위축되어서도 안 된다. 김천혜의 [소설 구조의 이론] 정도의 도움과 생각의 방향성을 이 책을 통해 시사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