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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되돌아온 저자]--웨인 부스의 [소설의 수사학]

by 길철현 2016. 10. 19.

*[되돌아온 저자]--웨인 부스의 [소설의 수사학]


저자가 사라지고 남긴 공간에 예술이 들어선다.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내던져진 갖가지 예술형태, 그 가운데서도 모더니즘의 가장 대표적인 형식은 등장인물의 의식을 저자의 개입 없이 그대로 드러내려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기(telling)’가 아닌 보여주기(showing)’이다. (175)

*그러니 저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기법을 달리 쓸 뿐이고 어떤 기법을 쓰든지 그것은 모두 독자에게 영향을 주려는 의도 탓이며 이것이 저자의 수사학이다. 부스는 사실주의건 모더니즘이건 말하기건 보여주기이건 픽션은 수사학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183)

*아무리 소설 그 자체만이라고 부르짖으며 쓰는 순간에도 저자의 한쪽 눈은 독자를 향한다. 서사를 조종하여 독자를 움직이려는 욕망의 시선이다. 그러므로 주제가 전달되는 순간 그것은 이미 하나의 수사이다. 무표정한 중립의 태도도 하나의 전략이요, 뛰어들어 간섭하는 것도 전략이다. 비유, 혹은 수사는 이미 작품 속에 배어들어 순수한 작품 자체란 있을 수 없다(RF, 104). 부스의 이런 견해는 순수한 중립의 언어를 거부한 니체, 진리를 전략으로 본 데리다, 진리를 담론이요 권력으로 본 푸코와 같은 맥락에 있다. 쓰는 일은 늘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이고 그러기에 독자가 의식되고 수사가 개입된다. (183)

*[햄릿]을 읽은 독자는 진짜 셰익스피어의 생각이나 의도를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햄릿] 속에 구현된 저자의 생각은 얘기할 수 있다. 아니 푸코가 말했듯이 저자를 인정치 않는 태도는 오히려 완벽한 진짜 저자를 뒤에 상정하기에 더 불공평하다. (185)

*우리가 흔히 어느 저자의 대표작이라고 할 때 그것은 저자의 반복되는 의미를 다른 어느 작품들보다 더 감동적으로 암시적으로 극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186)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역할만이 극대화되면 메시지에 혼동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저자는 화자의 등 뒤에서 눈치껏 수정과 보완을 하여 독자를 도와야 한다.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