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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땅끝

by 길철현 2016. 4. 14.

끝이라는 말에 쉽사리 매혹되어
(끝까지 가보면 뭔가? 새로운?)
서울에서 땅끝,
여덟 시간이 넘는 거리를
액셀로 막무가내 밟아나갔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다시 지방도로로
도로의 폭이 좁아지고 얽힐수록
표지판과 지도책을 번갈아 보면서
끝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
 
속도의 끝에서 만난 땅끝은 그러나
섬으로 가는 막배도 떠나버린
파도만이 어둡게 출렁이는
한촌에 지나지 않았어
불빛 몇 개,
어둠 속에서 오히려 초라해지는
 
끝까지 달려가보아도
나로부터는 언제나 제자리임을
끝에 선다고 내가 끝이 되지는 않음을
파도는 내 가슴팍을 떠다밀며
칠흑처럼 수근덕거리고 있었지
 
(20000330)
(20230831)
 
 
 
 
땅끝
 
 
끝이라는 말에 쉽사리 매혹되어
(끝까지 가보면 뭔가? 새로운?)
서울에서 땅끝,
여덟 시간이 넘는 거리를
액셀로 막무가내 밟아나갔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다시 지방도로로
도로의 폭이 좁아지고 얽힐수록
표지판과 지도책을 연달아 보면서
끝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
 
속도의 끝에서 만난 땅끝은 그러나
섬으로 가는 막배도 떠나버린
파도만이 어둡게 출렁이는
한촌에 지나지 않았어
불빛 몇 개,
어둠 속에서 오히려 초라해지는
 
끝까지 달아나도
나로부터는 늘상 제자리임을
끝에 선다고 내가 끝이 되지는 않음을
파도는 내 가슴팍을 떠다밀며
칠흑처럼 수군덕거리고 있었지
              
                              (2000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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