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소묘 1
--중환자 대기실의 할머니
십원짜리 화투 내기며
약장수의 한바탕 놀이마당 이야기며
자분자분 지칠 줄 모르는 입담으로
늘어놓는 할머니
졸이는 가슴으로 면회 시간을 기다리는
중환자 대기실의 아들이며 딸이며 며느리들
별반 재미도 없는 할머니 이야기에
귀를 세운다
스물 네 시간 대기하라는 간호사의 엄명에도
오늘은 앞동네 십원짜리 화투 내기
내일은 뒷동네 약장수의 놀이마당
이곳저곳 바람처럼 잘도 다닌다
삼 년째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 딸은
쉰 살을 넘긴 나이에도
어머니 시중이 마음에 안든다고
꼬집고 때리고
병원이라는 곳은
돈 없는 사람 돈 탈탈 털고
먼지 한 점 안날 때까지 탈탈 털고나서는
고마 환자가 죽어나가는 곳이라고
푸념을 입에 물지만
아침 여섯 시 면회 시간
새하얀 머리 꾸부정한 작은 걸음으로
세수 대야 들고
중환자실 문을 힘겨이 민다
(2000년 3월 7일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