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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병원 소묘 1

by 길철현 2016. 4. 14.


병원 소묘 1

      --중환자 대기실의 할머니


십원짜리 화투 내기며

약장수의 한바탕 놀이마당 이야기며

자분자분 지칠 줄 모르는 입담으로

늘어놓는 할머니


졸이는 가슴으로 면회 시간을 기다리는

중환자 대기실의 아들이며 딸이며 며느리들

별반 재미도 없는 할머니 이야기에

귀를 세운다


스물 네 시간 대기하라는 간호사의 엄명에도

오늘은 앞동네 십원짜리 화투 내기

내일은 뒷동네 약장수의 놀이마당

이곳저곳 바람처럼 잘도 다닌다


삼 년째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 딸은

쉰 살을 넘긴 나이에도

어머니 시중이 마음에 안든다고

꼬집고 때리고


병원이라는 곳은

돈 없는 사람 돈 탈탈 털고

먼지 한 점 안날 때까지 탈탈 털고나서는

고마 환자가 죽어나가는 곳이라고

푸념을 입에 물지만


아침 여섯 시 면회 시간

새하얀 머리 꾸부정한 작은 걸음으로

세수 대야 들고

중환자실 문을 힘겨이 민다

                  

                  (2000년 3월 7일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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