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a tragic folly
Let us laugh and jolly
Away with melancholy
Bring me a branch of holly
Life is a tragic folly.
A. Symons
삶은 비극적인 어리석음
우울은 떨쳐버리고
웃고 즐겁게 보내야죠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가져오오
삶은 비극적인 어리석음.
A. 사이먼즈 (길철현 옮김)
- 조지프 콘래드가 자신의 다섯 번 째 단편집인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Twixt Land and Sea)의 제사로 차용한 시. 아서 사이먼즈는 "상징주의"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평론가이기도 한데, 단순한 이 시는 세기말적인 허무주의나 비관주의를 담고 있다. 콘래드가 이 시를 자신의 작품의 제사로 차용한 것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인 [섬들의 추방자]의 제사로 스페인의 극작가인 칼데론(Calderon)의 희곡에 나오는 대사인 "인간의 가장 큰 범죄는 태어났다는 것이지요"를 차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비관적인 세계관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4행에서 호랑가시나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일단은 운율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나무가 지니는 내포는 잘 알기 힘들다. 삶의 미적인 부분이나 작은 의미 등이 담길 수 있는 부분인데 크게 부각되지는 못한다.
[덧붙임]
(제 글에 답글을 쓰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한데,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글이 좀 길어질 듯해서.)
아서 사이먼즈가 아주 유명한 시인은 아니더라도, 왜 이 시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을까 하는 점이 다소 의아했는데, 좀 더 조사를 하다가 이 짧은 글이 운문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원래부터 있던 작품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지프 콘래드의 나이 어린 부인인 제시가 콘래드가 죽고 난 뒤에 낸 [Joseph Conrad and His Circle]이라는 책에 보니까, 콘래드와 사이먼즈가 꽤 친한 사이였고(사이먼즈가 여덟 살 정도 어립니다), 콘래드가 단편집을 낼 때 [사이먼즈가] 이 글을 보내자 콘래드가 크게 기뻐했다고 나오네요. (I recall my husband's pleasure when Arthur Symons sent him the following lines as a motto for the book, 'Twixt Land and Sea. 178)
처음에 글을 올릴 때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올려서, holly라는 나무가 갖는 내포 내지는 함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좀 더 조사를 해보고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holly가 갖는 그 첫 번째 중요성은 각운(end rhyme)과 관련된 소리 때문이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료합니다. 이 나무가 갖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서양에서는 이 나무가 고대 로마 때부터 신화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상당히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네요. (저니 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예수님이 쓴 가시면류관이 이 나무였다는 설도 전해 오고, 또 겨울에도 푸른 이 나무의 잎과 작고 빨간 열매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데 빠지지 않은 단골 손님이고, 크리스마스 트리 자체로도 서양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모양입니다. 넓은 의미에서 이 나무는 대체로 평화나, 기쁨, 행운 등과 연관이 되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이 시에서의 holly는 흐름상 즐거움이나 행운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을 시킬 수 있겠지요. 다른 한편으로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생각해 본다면(이것은 흐름이나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는 개연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비극적인 어리석은 짓'에 지나지 않은 우리 삶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라는 면도 없지 않을 듯합니다.
우리 나라의 호랑가시나무('호랑이가 등을 긁는 나무' 라는 데서 이름이 왔다는 군요)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 그런지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는 않은데, 이성복이라는 시인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이라는 시가 문득 떠올라 다시 읽어 보았는데, 호랑가시나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릅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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