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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밖의영상들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Redux- Francis Ford Coppola [180411]

by 길철현 2018. 4. 13.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기억의 문제'에 대해서 몇 자 써보려고 한다. 나는 이 영화를(Redux가 아닌 원래 극장판) 극장에서 아니면 집에서 비디오로 봤던 것으로 믿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다 버려 버렸지만 이 영화는 비디오 테입을 소장하고 있었고, 목록표 옆에는 봤다는 표시로 *표를 해놓았다. 그런데, 이번에 리덕스 판으로 다운을 받아서 보았는데, 한 장면도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한 가지 더 덧붙여서 이야기를 하자면 미군들이 헬기를 타고 베트콩이 점령한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가운데 나왔던 음악이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그 장면에 나온 음악은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에 나오는 "발퀴레의 기행"이었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서야 "What a Wonderful World"는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던 [굿모닝 베트남] 중에 삽입되었다는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 긴 영화 중의 한 장면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나는 보지 않고서도 계속 보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영화를 본 순간은 망각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거나.]  


런닝타임 - 202분


이 영화의 명성은 익히 들어온 바이고, 위에서 쓴 것처럼 나는 이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1979년에 나온 오리지널이 아니라 2001년에 나온 리덕스 판본을 컴퓨터로 다운을 받아서 보았다. 베트남 반전 영화로 알려져 있는 이 긴 영화를 집어 든 이유는 이 영화가 현재 내가 학위 논문을 쓰려 하고 있는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 Heart of Darkness]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설과 영화는 시간적 * 공간적 배경은 상이하지만 주인공이 커츠라는 인물을 찾아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여러 체험을 한다는 얼개에서는 유사한 면이 있다. 특수부대 소속인 윌라드 대위는 유능한 군인이지만 지휘 체계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을 하고, 현재는 캄보디아의 오지에서 부하*원주민들과 함께 인근의 베트남 (군)인, 캄보디아 인 등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있는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윌라드가 그를 돕는 해군 청찰선의 선원들과 함께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목격하게 되는 장면들은 한 마디로 전쟁이라는 상황의 끔찍함과 부조리함이다. 미군들이 베트콩 마을을 공격하는 첫 부분은 이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을 폭격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틀고,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부하들에게는 물론, 자신도 서핑을 하려하는 지휘관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상황의 광기와 부조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밀림의 한 복판에서 한밤중에 열리는 USO의 공연, 지휘관도 없는 상황에서 격렬한 전투가 진행되는 상황은 이 모든 상황이 도무지 이성적인 설명이 안 되는 혼란의 도가니이고 지옥도라는 인상을 준다.


그 끝에서 만난 커츠 대령의 행적을 어떻게 이해할 지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지만(소설과 병치시켜 생각을 해본다면) 전쟁의 광기와 부조리성, 혼란이 나은 파생물이자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소설에서도 뛰어난 주재원이었던 커츠가 원주민으로부터 상아를 약탈하고, 나무 막대기 끝에 저항하는 원주민의 머리를 꽂아두기도 하는 등 타락하게 되고 만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인데, 이 영화에서 커츠 대령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소설에서는 커츠에 대해서 말로라는 주인공이 여행을 하는 동안 점진적으로 소식을 듣게 되어 그의 변모를 어느 정도는 예비하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이 작업이 몇 가지 자료로만 제시되기 때문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윌러드 이전에 윌러드와 동일한 임무를 부여받았던 요원은 커츠 대령의 부하가 되어 있는데, 윌러드는 커츠 대령의 어느 정도의 묵인하에 그를 죽이고 부대로 복귀한다. 커츠 대령을 죽인 그를 원주민들이 제2의 커츠 대령처럼 추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소설이나 영화나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악이나 무한한 욕망 등과 연관지어 생각할 부분들이 많고, 또 그렇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배경이 아프리카이든 혹은 동남아시아의 나라이든 그곳의 원주민들을 너무 원시화하고 신비화하는 문제 또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듯하다.   




- 감상한 영화


[Francis Ford Coppola - Patton(Scenario)

                                   Godfather I, II, III

                                   Peggy Sue Got Married

                                   Tucker

                                   Bram Stoker's Dracula

                                   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