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이나 만화, 혹은 영화 자체를 우리 식으로 각색하여 보여주는 영화들이 꽤 많은 듯한데,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의 한 편이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아주 오래 전에 [와이키키 브라더즈]를 다소 인상 깊게 보았다(이 영화에 대해서는 작품 자체는 괜찮은데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던 듯하다).
이번에 본 이 영화는 일본의 동명 원작 만화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또 몇 년전에 일본에서 2부작으로 영화화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모양이었다(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것). 일본판 원작을 본 한 블로거는 임순례 감독의 영화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 부분이 일본판과 너무나 흡사하여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일본의 음식과 우리의 음식이 그렇게 비슷한가?)고 썼다. 만화도 일본판 영화도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어떻게 보면 '싱거운 맹물'같은 소재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낸 것에서 일단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버지의 때이른 죽음과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 어머니가 떠나버려 고아 아닌 고아로 살아가는 혜원(김태리)은 남자 친구는 임용고시에 붙고 자신은 떨어지자 고향의 빈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가 어릴 적 해주던 음식들을 자신이 직접 해먹으며, 고향에 남아 있던 어릴 적 친구 재하, 은숙 등과 어울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이 영화는 노동의 현장이자 문화로부터 소외된 그래서 쓸쓸한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기 보다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농작물을 직접 키워 음식물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동화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폭력도, 울음도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주인공 혜원이 처한 상황은 외톨이의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마음의 상처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와 거기에서 소박한 대로의 일상과 우정과 사랑과, 삶의 평온함을 추구해나간다(물론 자연은 항상 온화한 모습은 아니지만).
자극적인 것, 폭력적인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시각에 이 영화는 싱겁다. 그 싱거움을 보완해주는 것이 음식이고, 또 자연이 지닌 아름다움이다. 시각적으로 우리에게 평온함을 주는 농촌의 일상이 그 일상 가운데에서도 평온함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는 미지수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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