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여행에의 초대
어떤 희한한 나라, 코카뉴의 나라가 있다고들 하는데, 거기는 내가 오랜 연인을 데리고 찾아가려고 꿈꾸는 나라지. 우리네 북국의 안갯속에 젖어 있는, 서양의 동양이라고, 유럽의 중국이라고 불러도 좋을, 기이한 나라. 거기에서는 뜨겁고 기발한 환상이 그만큼 거침없이 날개를 펴고, 그 공교롭고 섬세한 초목들로 그만큼 꾸준하고 고집스럽게 그 나라를 수놓는단다.
참다운 코카뉴의 나라, 거기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요롭고ㅡ 고요하고, 신실하고, 거기에서는 사치가 저를 기꺼이 질서에 비추어보고, 거기에서는 삶이 기름지고 숨쉬기에 아늑하고, 거기에서는 무질서와 소란과 뜬금없는 것들이 숙정되었고, 거기에서는 행복이 고요와 결합하고, 거기에서는 요리마저 시적이고, 기름지면서도 동시에 자극적이고, 거기에서는 모든 것이, 내 사랑하는 천사, 그대를 닮았단다.
너는 알겠지. 싸늘한 가난 속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이 열병을, 알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이 향수를, 이 호기심의 고뇌를, 너를 닮은 나라가 하나 있어, 거기에서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풍요롭고, 고요하고, 신실하고, 거기에서는 환상이 서양의 중국을 세워 장식하였고, 거기에서는 삶이 숨쉬기에 아늑하고, 거기에서는 행복이 고요와 결합하지. 살러 가야 할 곳은 거기, 죽으러 가야 할 곳은 거기!
그렇단다. 숨 쉬고, 꿈꾸고, 감각의 무한으로 시간을 늘리러 가야 할 곳은 거기란다. 어느 음악가는 왈츠에의 초대를 작곡하였건만, 사랑하는 여인에게, 선택된 누이에게 바쳐도 좋을 여행에의 초대를 지을 자는 누구일까?
그렇단다, 사는 곳이 좋은 것은 그 대기 속- 거기에서는 한결 느린 시간이 한결 많은 상념을 품고 있고, 거기에서는 시계가 한결 그윽하고 한결 뜻깊은 울림으로 장엄하게 행복을 알리지.
윤기 흐르는 벽의 판자 위에, 혹은 금박을 올려 어둑하게 호화로운 가죽 휘장 위에, 복되고 고요하고 그윽한 그림들이, 저들을 창조한 예술가의 혼처럼, 은밀하게 살고 있고, 식당이나 객실을 풍요롭게 물들이는 석양은 고운 천을 거쳐, 혹은 저 높이 납 창살을 따라 무수한 칸으로 나누어진 세공 장식 창을 거쳐 걸러지고, 가구는 크고, 신기하고, 야릇하며, 세련된 사람들의 혼이 그러하듯 비밀과 자물쇠로 무장되었지. 거울이며, 금속이며, 피륙이며 금은 세공품이며 도자기들이 거기에서 소리 없고 신비로운 교향곡을 눈으로 볼 수 있게 연주하는가 하면, 그 모든 물건에서, 그 모든 구석에서, 서랍의 틈새며 피륙의 주름에서, 그 주거의 혼과도 같은 야릇한 향기가, 수마트라의 다시금,- 생각나네가 새어 나오지.
참다운 코카뉴의 나라, 내 너에게 말했지. 거기에서는 모든 것이 풍요롭고, 윤기가 흐르니, 아리따운 양심과 같고, 으리으리한 주방 세간과 같고, 찬란한 금은 세공품과 같고, 색깔도 소란스러운 폐물과 같고, 세계의 보물이 모두 거기에 몰려드니, 부지런한 노력으로 전 세계에 크게 종헌한 사람의 집과도 같지. 신기한 나라, 예술이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듯이,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나라, 거기에서는 꿈이 자연에 의해 개조되고, 거기에서는 자연이 수정되고, 아름다워지고, 다시 구조되지.
탐구하고 탐구할지어다. 저희들이 누리는 행복의 한계를 끊임없이 넓힐지어다. 저 원예의 연금사들은! 저들은 자기네 야심찬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찾아 육만 플로린, 십만 플로린의 상금을 내 걸지어다! 나로 말하면, 내 검은 튤립과 내 푸른 달리아를 벌써 찾아낼지어다.
비할 데 없는 꽃이여, 다시 찾아낼 튤립이여, 우의적인 달리아여, 살기 위해, 꽃피우기 위해 가야 할 데는 바로 거기, 그리도 고요하고, 그리고 꿈결같은 저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겠느냐! 너는 내 유비의 액틀 속에 들어서 있지 않겠으며, 신비주의자들의 말마따나, 나 자신의 조응 물속에 내 모습을 비출 수 있지 않겠느냐?
꿈이로구나! 언제나 꿈이로구나! 그렇거니 혼이 야심 차면 야심 찰수록 까다로우면 까다로울수록, 꿈은 저 혼을 가능한 현실에서 더욱 멀리 떼어놓는구나. 사람마다 제 안에 끊임없이 분비되고 소생하는 천연의 아편을 몫몫으로 지니고 있거니와, 탄생에서 죽음까지 우리에게서 실제의 향락으로, 과감하고 결연한 향락으로 채워진 시간이 도대체 몇 시간이나 되겠는가? 내 정신이 그린 저 화폭 속에, 너를 닮은 저 화폭 속에, 언제라도 우리 살 수 있을까, 언제라도 우리 들어갈 수 있을까?
저 보물, 저 가구, 저 사치, 저 질서, 저 향기, 저 기적의 꽃들, 그것은 바로 너란다, 저 넓은 산과 고즈넉한 운하, 그것들 또한 너란다. 저마다 재부를 가득 싣고, 운항의 단조로운 노랫소리 올라오는데, 강하에 쓸리어가는 저 거대한 배들, 그것들은 네 젖가슴에서 잠들거나 뒤채는 내 상념들이란다. 너는 네 아름다운 혼의 맑음 속에 하늘의 그윽함을 비추며, 내 상념들을 무한이란 바다로 천천히 이끌지- 그리고 저 배들, 파도에 지치고 동양의 산물로 포만하여, 모항으로 돌아올 때, 그것들 또한 풍요로운 내 상념들이니, 무한에서 네게로 그렇게 돌아온단다.
[출처] 파리의 우울( 18. 여행에의 초대)/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작성자 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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