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첫 번째로 나온 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 영화는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모두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라퓨타가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제시된 것이 영화 관람에 큰 부담이 되었다. 19세기 말(대략 1880년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비행선이나 플랩터 등의 비행술 또한 지나치게 발달해 있다. 너무 사실주의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는가?) 두 문학 작품, 하나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나듯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3번째 여행편에 나오는 나는 섬인 라퓨타, 그리고 스티븐슨의 [보물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 밖에 악당인 남자와, 사랑하는 주인공 남녀의 대립은 그의 첫 번째 극장용 영화인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 성]의 구도와 유사하다. 흥미로운 점은 해적 비행선의 선장이 여성이라는 점과, 이들이 처음에는 악당처럼 비치다가 나중에는 주인공 남녀를 돕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라퓨타의 왕족이자 악당인 무스카는 인류 과학의 결정체인 천공의 섬, 라퓨타(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 영화에는 부족하다)를 통해 인류를 지배하려는 야욕에 불타는 인물인데, 그 야욕은 감춘 채 국가 권력을 등에 입고 또 다른 왕족이자 여자 주인공인 시타가 지닌 '비행석'을 손에 넣는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걸리버 여행기]의 '라퓨타'가 비행 능력을 이용해 땅 위의 지역들을 식민 지배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무스카가 권력을 잡게 되었을 때 그가 라퓨타의 과학 기술을 이용해 전제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시타가 그의 야욕을 좌절시키기 위해 라퓨타를 파괴하는 주문을 외우고, 무스카는 눈이 먼 채로 지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퓨타가 붕괴를 멈추고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은 것은 라퓨타의 주민들이 멸망한 뒤 몇백 년(7백 년?) 동안 자라난 나무들 때문인데, 남자 주인공인 파즈와 시타가 비행연?을 타고 탈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플롯 상의 장치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도입부에 나오듯이 '비행석'으로 착륙하면 되어서 약간 혼란 스럽다. 이 부분은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지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처럼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오락성에 좀 더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만화스럽지 않은 것이 나에게 크게 다가 왔다면, 이 영화는 지나치게 만화스러워서 관람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
스티븐슨 - [보물섬]
비행선 - 1852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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