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아름다운 이 저수지는 그 이름을 마을 이름에서 따왔다. 芝瑟이라는 한자는 풀과 거문고를 가리키지만, (산)기슭의 사투리에서 왔다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이성복의 시로 유명한 이 저수지를 친구의 소개로 찾게 되었는데(이 시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읽어보았다),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이라는 싯구절처럼 물이 정말 맑아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그런데, 이웃한 금천지와 함께 1990년대에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축조되었으므로 그 역사는 짧은 편이다.
호수 가장자리에서 구명보트 비슷한 신기한 것을 타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흥미롭다. 멀어서 잘 알 수는 없으나 일본 형사들이 주로 쓰던 납작모자를 쓴 것으로 보아 나이가 좀 있는 듯한 분이 호수의 왼쪽 편 길을 따라(아마도 산길로 이어지는 듯한데) 올라가고 있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길도 좀 걷고 싶다.
내친 걸음에 저수지 윗쪽에 있는 통점골로 차를 몰고 올라가니 저수지가 내려다 보여 두어 장 사진을 찍었다. 만수면적은 10헥타르로 대구 수성못의 절반 정도의 크기로 그렇게 크지는 않으나, 그 생김새가 단조롭지 않은 것도 좋았다. 말미에 이성복의 시를 옮겨 보았다.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
이성복
그 봄 청도 헐티재 넘어
추어탕 먹으러 갔다가,
차마 아까운 듯이
그가 보여준 지슬못,
그를 닮은 못
멀리서 내젓는 손사래처럼,
멀리서 뒤채는 기저귀처럼
찰바닥거리며 옹알이하던 물결,
반여, 뒷개, 뒷모도
그 뜻 없고 서러운 길 위의
윷말처럼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
그 하얀 물나비의 비늘, 비늘들
(용어 설명)
죽지랑 : 신라의 화랑. 그와 득오의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온다.
반여 : 윷판의 중앙 (방)
뒷개 : 윷판의 첫 밭에서 앞밭으로 꺾이지 않고 일곱째 되는 밭 (앞밭 : 모의 자리)
뒷모도 : 윷판의 뒷밭에서 안으로 꺾인 첫째 밭
(지슬이라는 말에서 이성복이 죽지랑과 윤슬을 떠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억측도 해본다.)
득오의 모죽지랑가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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