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떠오르는 생각 몇 가지를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했는데 글이 생각 밖으로 길어져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를 간병하는 중간중간에 짬을 내서 써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글을 쓸 수록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무엇보다도 1987년 대선 직전에 있었던 칼기 추락 사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어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또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35년이 지난 지금에도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시 집권 세력이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려 하기보다는 코 앞에 닥친 대선에 이용하는데 혈안이 되어서 초등 수사가 허점 투성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의혹은 무한 증식되었다. 당시 내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는 일기를 찾아보아야 할 것인데, 집을 떠나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일기에 적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의혹만 가슴 가득 안았으리라. 지금 이 해묵은 사건을 되짚어 보아도 이 사건이 남한 당국의 자작극이라고 믿고 싶지도, 또 북한에 의한 테러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단순 추락으로 추정하는 것도 아무런 구조 요청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에 잘 성립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김승일과 김현희가 위장된 일본 여권을 소지하고 중간기착지인 아부다비에서 내린 것과 바레인 당국에 의해 체포된 김승일이 자결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두 사람이 칼기를 폭파했다고 곧바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의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1987년 당시의 안기부 발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것을 보면 이 사건은 두 사람에 의한 폭파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좀 더 추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 권력의 놀음에 국민이 희생양이 되는 현실이 이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