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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이야기/고흐 시편

까마귀가 날아오르는 보리밭 -- 김현숙

by 길철현 2022. 3. 8.

죽어서는 물이 되리

그리하여 전생의 불을 끄리

 

마지막 지니고 갈 풍경이 있다면

아를르의 보리밭

소용돌이 치는 그리움을 

그마저 활활 태워서

흩어버리고 가리라

 

어두워오는 세상을 빠져나가며

밭둑 근어에서 단 한발에 걸어보리라

이겨본 적이 없는 삶의 독을 

쏘아 넘어뜨리리라

 

날아오르는 새여

내가 기른 까마귀떼여

버림받지 않는 

다음 세상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