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혈족
그를 처음 만나던 날
나는 온 몸에 신이 올라서
노란 뇌빈혈로 쓰러졌다.
녹슨 쇳소리의 광기가
그가 살고 있는 남불(南佛)
아를르의 적교(吊橋)를 건너
지중해를 돌아 단숨에
내 추운 방으로 달려와
내 프라스틱 침대는 박살이 났다.
시대와 허위
그리고 저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완강한 우리들의 폭군을 향해
작두날을 세우고
한바탕 무당 춤을 추다가
나는 망령같은 머리를 풀고
비로소 그의 완벽한 폭풍 속에 누워
오래 울었다.
그날 잠
내가 까만 절망이 쌓여있는
연탄광으로 내려가
떨리는 손으로 흰 알약을 입안에
털어 넣었을 때
그는 가해의 고통에 떨며
귀를 잘라버리고
한발의 총알을 갈증처럼
자신의 심장에 대고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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