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문 파이프에서
진종일 가마귀들이 날아오르는 오후
조요로운 나무의자 위로
노오란 죽음이 내려 앉는
고호의 방을 두드린다.
창문처럼 걸려 있는 자화상 속에
삼나무들은 아름다운 고뇌를 울부짖다가
그대로 하나의 정물이 되는데
날 흔들지마!
날 흔들지마!
바늘 끝에 서 있는 슬픈 눈으로
고호는 내게 한 잔의 독주를 권하며
먼 이별을 예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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