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깜둥이, 빨갱이, 파랭이, 노랭이---
색깔들의 싸움에 넌덜머리가 나고
색깍들의 노래 소리가 영영 들려오지 않았을 때
하릴없이 귀나 자르고 고호여
하는 짓이 부질없어지면 미친 세상
우리는 이 미친 세상을 빠져나가야 된다
미친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도망친 세상을 미친 세상이라 부르고
병원에 갇혀 미친 사람 치료를 받으며
정말로 미쳐나고 있을 때
다시 미친 세상 사람으로 돌아와
컴컴한 불빛 아래서
삶을 감자를 먹을지라도
우리는 도망칠 세상을 다시 꿈꾸느니
그것이 몽마르트를 언덕 위
물랭 루즈의 돌아감이거나
돌아감의 끝에서 시작하는 멍충이거나
까마귀들 비상으로 언제나
노랗게 익는 밀밭이거나
밀밭 어디엔가
은밀한 둥지 트는 종달새 가슴이거나
그 가슴에서 눈 뜬 종달새 새끼들 재재되는 세상이거나
고호여
존재의 그림자를 베어내는 풀밭이거나
삐걱이는 의자의 흔들림이거나
파이프 담배 연기거나
읽지 않는 노랑 책이거나
떠날 곳도 모른 채 정박해 있는 배거나
'고흐 이야기 > 고흐 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 아니리라 -- 박세현 (0) | 2022.03.09 |
---|---|
해바라기 -- 박세현 (0) | 2022.03.09 |
해바라기 -- 문충성 (0) | 2022.03.08 |
폭풍 속에서 -- 고호의 화첩에 바친다 -- 문정희 (0) | 2022.03.08 |
자화상 부근 -- 문정희 (0) | 2022.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