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면 열리리라
피로를 잊고 오늘은 잠시 눈 감으면
드디어 미혹의 출구가 열리리라
세상을 듣되 듣지 않음이
어서 빨리 천국에 이르는 길임을
깨닫게 되리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난 때처럼
시원한 절망을 맛보리라
밤이 시커먼 손으로 그러나 아침의 빗장을 열듯이
갈보같은 여자들이 그러나 오히려 순결하였듯이
개헤엄을 치며 허겁지겁 도달한 삶의 언덕에
기다렸다는듯이 마침내 피어난 한 생애의 인감같은 꽃
무덥고 길었던 지난 밤
우리들 수음의 끝에 핀 저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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