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브의 회상>이라는 젊은 날의 시를 다시 펴보니 정
말 눈물나네 일년 내내 콧물 흘리고 재채기하다가 그
때 그 시절의 이미지 만나니 정말 좆같이 눈물나네 오
랜만에 눈물 맛보네 너는 도려낼 귀가 있었지만 나는
지금 잘라버릴 정관도 이제 없네 뚝뚝 피흘리며 살아야
할 그 나이에 나는 비뇨기과에서 정관수술 받으며 치욕
을 흘렸네 예술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은 몹쓸 세상에
태어나서 너의 까마귀 이중섭의 까마귀 그림 걸어놓고
보지만 날개소리 울부짖음 들리지 않고 다만 하나 까마
귀 똥냄새뿐이네 오랜만에 예술이 된 여자의 살냄새 맡
으니 정말 눈물나네 목졸려 고문당한 나의 정충들의 찬
란한 반란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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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화자(혹은 시인)가 젊은 날의 예술혼이 사라진 현재의 상태, 그리고 '예술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은 세상'을 한탄하며 다시 한 번 진지한 예술의 세계로 몰입할 것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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