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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여는 말

호수이자 강, 혹은 강이자 호수

by 길철현 2022. 5. 23.

한 지인의 표현대로 호수(저수지) 덕후인 나는 어제오늘 팔당호를 돌았다. 차를 몰고 다니며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둘레길이 있으면 걷고 하다 보니 아직 반도 못 돌았다. 30년이 넘는 서울 생활 동안 서울에서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팔당호와 그 부근은 사실 많이 찾았던 곳이라 이번 탐방은 한편으로는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37년 전인 1985년, 대학교 1학년 때 선배와 함께 처음으로 팔당호를 찾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전날 동아리 모임 술자리에서 나들이를 가기로 했는데, 나온 사람은 회장인 그 선배와 나뿐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지금은 없어진 [마장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양수리까지 왔다. 거기서 우리는 길고 넓게 펼쳐진 물 옆의 비포장길을 따라 문호리까지 하염없이 걸었다. 대구에서 올라온 지 한두 달밖에 안 되었던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선배에게 "이 강이 무슨 강인가요?"라고 묻자, 선배는 별로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강이 아니라 호수야"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무슨 호수가 이렇게 끝도 없이 이렇게 길단 말이야? 선배도 잘 모르는 모양이군' 이렇게 생각했다. 

 

시간이 좀 지나 그곳이 북한강 유역이라는 걸 안 뒤부터는 선배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이날 나를 헛갈리게 한 다른 사건은 우리가 가는 곳의 지명이었다. 분명 문호리라고 듣고 이정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는데, 또 어떤 곳에는 서종(면)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곳에 있는 학교 이름 또한 [서종국민학교]였다. 앞의 예와는 달리 이 수수께끼는 수십 년간 나를 괴롭혀 왔는데, 최근에 비로소 그 답을 알게 되었다.

 

헛갈렸던 이유는 내가 나름 대도시 출신이라 군 단위의 행정조직을 모르고, 혼자서 억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도 가르쳐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시와 읍 혹은 면이 다른 행정조직이듯이, 읍 혹은 면과 리는 다른 행정조직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것이다. 위의 예에서 서종면과 문호리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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