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김 종 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어름짱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던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집 [河回에서](민음사) 중에서
<감상>
예전에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시. 자칫 진부해 보일 수도 있는 그런 작품이지만,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진정성이 이 평이한 시어들이 힘을 갖게 해준다. 쉽고 단정한 시여서 달리 말을 붙일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못하지만, 마지막 두 연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라는 구절에서, 현실의 힘겨움과 각박함 가운데서 희망을 갈구하는 시인의 마음이 적실하게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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