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밤
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 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거느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시집 [강아지풀](민음사) 중에서
<감상>
이천 년으로 들어선 지금, 사이버 공간이 현실을 잠식하고 있는 지금, 한국적이라는 것, 토속적이라는 것이 아직도 자리할 그런 여지가 있는 것일까? 박용래의 시를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또 대부분 도시가 고향인, 그리고 시골마저 도시화의 열풍에 휩쓸려 자연이라는 것은 우리와는 한발짝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라는 거리감을 지울 수 없는 젊은 세대에게 이런 시가 과연 울림을 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내면에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랄까 그런 것에 대한 본원적인 그리움이 있지 않을까? 이 시는 실제적인 시골의 고향을 마늘 밭, 추녀, 마당 등을 내세워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의 근원적인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짤막하지만 참 아름다운 서정시이다.
*박용래(1925--1980) 충남 강경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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