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자크 프레베르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안경에 낡은 회색옷
엽권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된다
그가 보이지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고통이 더 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번역:김화영]
[출처: J. 프레베르, [귀향], 김화영 역주(민음사, 1975년)]
*역자 주: 유럽 도시의 가로에 놓인 벤치 위에서 자주 발견하게 되는 외로운 늙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노쇠--고독--죽음의 이미지를 행복한 삶(젊음--움직임--기쁨)과 대비시킨 시. 늙은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처우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상징하는 절망과 죽음 자체가 문제이다.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évert, 1900년 출생)
프랑스 시인. 몇 년간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음. 그는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저리를 보유했지만, 그의 몇몇 시는 순수한 다다이즘적 작품으로 보인다. 주요 시집으로는 [말](1946), [스펙타클](1951), [비오는 날과 맑은 날](195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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