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청도 헐티재 넘어
추어탕 먹으러 갔다가,
차마 아까운 듯이
그가 보여준 지슬못,
그를 닮은 못
멀리서 내젓는 손사래처럼,
멀리서 뒤채는 기저귀처럼
찰바닥거리며 옹알이하던 물결,
반여, 뒷개, 뒷모도
그 뜻 없고 서러운 길 위의
윷말처럼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
그 하얀 물나비의 비늘, 비늘들
(용어 설명)
죽지랑 : 신라의 화랑. 그와 득오의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나온다.
반여 : 윷판의 중앙 (방)
뒷개 : 윷판의 첫 밭에서 앞밭으로 꺾이지 않고 일곱째 되는 밭 (앞밭 : 모의 자리)
뒷모도 : 윷판의 뒷밭에서 안으로 꺾인 첫째 밭
(지슬이라는 말에서 이성복이 죽지랑과 윤슬을 떠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억측도 해본다.)
득오의 모죽지랑가도 옮겨본다
'한국시 및 감상 > 이성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복 - 극지에서 (0) | 2023.05.22 |
---|---|
이성복 -- 1959년 (0) | 2020.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