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로 점철된 내 인생에
탁구라고 예외일 순 없다
어쩌다 대어를 낚은 서툰 낚시꾼처럼
정말 어쩌다 강자를 꺾고
기쁨의 포효를 터뜨리기도 하지만
약자에게도 덜컥 패배하기 일쑤이다
패배의 두려움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불면을
불면이 심화되면
부상으로 도피하기까지 한다
기쁜 포효의 순간
패자를 생각하지 않듯
패배의 고통으로 속울음 울 때
승자의 기쁨을 헤아리지 않는다
그렇다, 탁구의 신이 내려다볼 땐
어차피 제로섬 게임
그렇다,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두려움보다
더욱 중요한 건
한계에 대한 도전
체력과 지력과
그리고 장사도 질 수 밖에 없다는 나이에
담대하게 내민 도전장
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