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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횡설수설

by 길철현 2023. 9. 15.

제목을 붙였으니 반은 된 거야

나머지 반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빵 공장에서 빵을 찍어내듯

시도 그렇게 쓸 수 있다면

맛있고 달콤하고

건강에 좋은지는 미지수이지만

취한 발걸음은

더 이상 너를 기억하지 못하고

너를 사랑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만을 사랑했었다

이 따위 말로는 

폐부를 찌르기는커녕

폐부 근처에도 가닿지 못하니

팬티를 벗고 브래지어를 끌르고

야한 게 좋은 거잖아

모두가 바라는 그것

취한 언어는 갈피를 잡을 듯 잡지 못하고

이렇게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만

이렇게도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따름이고

정말 딱 한 번, 딱 한 번만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노라고 말하지는 말아줘

너를 너만을 다른 누구도 아닌 너만을 사랑했었다

넌 콧방귀도 뀌지 않았고

난 시궁창에 코를 박고 있었고

세상은 언제나 그런 거였다

다시 한번, 나는 시를 쓰고 싶었을 따름이고

당신은 바보처럼 이 글을 읽고 있을 따름이고

넋두리의 끝에는 언제나 토가 나올 따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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