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과 분석철학, 일조각(77, 83) (080910)
박이문의 글이 나를 끌어들이는 이유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하자면 그의 글이 ‘그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글’이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글쓰기는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명료하게 정리된 생각에서 더 멀리 또는 더 깊이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우선 글을 읽는 사람에게(나에게) 이 세상은 이해될 수 있고,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0년 전에 나온 이 책은 현대철학의 큰 두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학과 분석철학의 입장과 내용을 개괄적으로 다소 도식화시켜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내 나름대로 더 도식화시키고 간단하게 말해 보자면, 현상학은 ‘정확한 인식’에 도달하고자 하는 학파이며, 분석철학은 ‘언어로 표현된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상학은 후설을 필두로 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로 이어지며, 분석철학은 무어에서 러셀, 카르납을 거쳐 비트겐슈타인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박이문의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철학이라는 것 역시도 우리의 삶을 꿰뚫어 보고, 제대로 이해하려는 한 방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철학가들의 책을 한 권씩 읽어나가고,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암묵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힘써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김우창 선생님이 심도 있게 공부했다는 메를로-퐁티에 대한 박이문의 설명이 자못 흥미롭다. 존재와 인식은 순환론적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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