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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노명우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by 길철현 2016. 3. 25.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사월의 책. (160325)


현재 나의 상황과 맞물리기 때문에 이 년 전 쯤 성남 서현동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적 매장에서 구입을 했다가, 이제야 읽게 된 책. 저자 자신이 ‘1인 가구’이면서 사회학자라, 이 책은 전체적으로 1인 가구의 증가 추세를 사회학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사례나, 개인적인 일화와 유려한 문장력으로 전달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는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1인 가구의 증가를 부정적인 시각에서보다는 하나의 사회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1인 가구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상당 부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집단주의내지는 가족중심주의에 맞서 1인 가구의 장단점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제시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그는 1인 가구이든, 다인 가구로 살아가든 우리 인간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이상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단독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부분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사례를 주로 다루었던 책의 앞부분과는 달리, 몽테뉴, 루소 - 저자는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데 - 톨스토이 등 위인들의 예를 들어,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한 위인들의 삶을 모방하거나 좇아야 하는 것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소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면도 있다.)

삶은 대체로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춤추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씨름해야 하는 것(부정확한데)’이라고 할 때, 그 씨름이 너무 버거울 때는 일반적인 삶의 양상을 따르는 것이 편리한 경우도 많다. 그렇긴 하지만, 때로 우리는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나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에 맞춰 살아가고 깊은 욕구를 버리기도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고,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이 삶에 부여하지 않는 듯하기도 하다. 아니면 달리 어떤 방도가 없는 것인지도. 또 많은 경우 생각할 여유가 좀 있다고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닐 수 있다.

어제 집 근처에 있는 우이천에 산책을 나갔다가 개울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을 보았는데, 흥미롭게도 물고기들이 치어들은 치어들끼리 무리를 이루고, 조금 더 자란 물고기들은 또 그것들끼리 어울려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하나가 움직이면 다른 물고기들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멀리서 볼 때는 자칫 엄청나게 큰 물고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고기들이 많다 보니 왜가리, 백로, 청둥오리 등 새들도 몰려들어 물고기들이 큰 덩어리를 이루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신에 다 자라서 30센티미터는 족히 될 성어?들은 홀로, 혹은 두 마리, 세 마리가 여유롭게? 개천을 활보하고 있었다. 치어들 중 성어에까지 이르는 물고기는 백 마리 중의 한 마리, 아니면 천 마리 중의 한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니, 어찌되었거나 인간은 생존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생존의 확률을 높이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리라. 거기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고. 그런 가운데서도 조화를 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저자 노명우가 부단히 강조하는 것인가?


[발췌]

8. 혼자 사는 삶은 때로는 자유롭고, 어떤 때는 처량하고 그런 것이다.

9. 이 책은 혼자 사는 사회의 도래를 담담하게 사회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31. 고백은 많은 경우 자신과 대면하는 성찰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연극적 자아가 스스로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는 모노드라마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면은 언제나 은연중에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36. 유하 - 달의 몰락

52. 가족애를 이타주의와 동일시하는 견해를 지난 사람의 눈에는, 표준 가족에서 벗어난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은 사회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이타주의에서 벗어나는 몰락의 시나리오로 보일 것이다.

73. 사회라는 단어의 뜻의 애매함

75.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서로 교통하지 못하는 자족성을 경고하는 것이지, 자족성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집합주의적 세계관을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87. George Herbert Mead - 객체로서의 자아(me)(역할 밀도)와 주체로서의 자아(I)(자기 밀도) - 개인

124. Anthony Giddens -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148. David Riesman -[고독한 군중]

174. 독단인 / 단독인

175. 나쓰메 소세키

189. 레비나스 - 홀로서기(hypostase)

191. 행복이란 혼자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결핍에서 벗어날 때, 그리고 같이 있을 때 발생하는 과잉 충족으로 인한 질식에서도 동시에 벗어날 때 가능하다.

192. 일반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는 적은 고통과 권태라는 두 가지다. 그리고 이 둘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적당히 멀어지게 되면 그만큼 다른 하나가 가까이 다가온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 우리의 일생은 거의 이 양자의 중간에서 때로는 강하게 진동하고 때로는 약하게 진동하고 있는 격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방법])

237. 기본 소득 - 개인에게 국가가 무상으로 지불하는 돈.

249. 집단주의의 가장 큰 위험은, 개인을 대신하여 집단이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개인은 집단이 내린 판단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256. 당신은 생각하기 위해 혼자이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한나 아렌트)

258. 단독인은 홀로서기에 성공했으면서도, 자신의 홀로서기가 오히려 공통성에서만 가능함을 알고 있는 사회적 개인주의자이다.